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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고 싶지만 고립은 싫어… ‘현대판 하숙’ 찾는 2030

조선일보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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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개인실과 공용 공간의 조합
공유 주택 코리빙하우스 인기
혼자 살고 싶지만, 혼자인 건 싫다. 직장인 이모(33)씨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165실 규모의 ‘공유 주택’ 1인실에 살고 있다. 원룸과 비슷한 개인 공간에서 생활하며 이웃과 부엌·헬스장·스터디룸 등을 공유하는 형태. 이씨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공용 공간인 시네마룸에서 영화 소모임을 한다기에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혼자만의 공간이 보장되면서도 외로울 때 다양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코리빙 업체 ‘맹그로브’의 공용 피트니스룸에서 운동하는 청년들(사진 위). 아래 사진은 공유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이다. /맹그로브

코리빙 업체 ‘맹그로브’의 공용 피트니스룸에서 운동하는 청년들(사진 위). 아래 사진은 공유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모습이다. /맹그로브


개인 공간에 거주하지만 이웃과 한 건물의 공용 공간을 나눠 쓰는 ‘1.5가구’ 청년이 늘고 있다. 1인 가구에 이웃이라는 0.5가구를 더했다는 의미다. 이런 주거 형태를 ‘코리빙(Co-living·함께 산다)하우스’라고 한다. 쉐어하우스와 유사하지만 개인이 아닌 기업이 건물을 관리하며 업무·휴식·취미 등 용도가 분리된 라운지 형태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동산 전문 기업 알스퀘어의 ‘2025 서울시 코리빙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코리빙하우스는 7371가구로 전년 대비 16.6% 늘었다.

‘적당한 소통’을 원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 서울 신촌의 한 공유 주택에 거주하는 20대 최보윤씨는 “기숙사 룸메이트처럼 종일 붙어 있으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 않느냐”며 “퇴근 후 체력이 허락하는 선에서 ‘필요한 정도로만’ 이웃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했다. 이씨 역시 “아예 혼자 살고 싶으면 공유 주택을 찾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국 6곳에 코리빙하우스를 운영하는 ‘맹그로브’ 관계자는 “연평균 객실 점유율이 95% 이상으로 올해 기준 대기자 수가 공실 수용 인원의 10배 수준”이라며 “입주민의 74%가 20대, 20%가 30대”라고 했다.

최근에는 취미나 관심사가 같은 이들끼리 모여 살 수 있는 콘셉트가 인기다. 장한평역 인근 코리빙하우스는 “한국에서 다양한 국가 사람들과 살아보고 싶다면 찾아달라”고 홍보한다. 장안평·답십리에 코리빙하우스 1·2호점을 운영 중인 ‘엔코플렉스’ 관계자는 “당초 전체 60가구, 거주 인원 120명 중 90% 이상이 외국인인 유학생 기숙사 형태였는데, 한 달에 한 번 입주자끼리 여행하는 프로그램 등이 마련돼 있다 보니 최근에는 외국인 친구를 만들기 위해 입주하고자 하는 한국인 수요도 늘고 있다”고 했다. 서초구에는 ‘반려동물 키우는 이들을 위한’ 코리빙하우스도 있다. 반려동물 전용 출입문을 설치한 개인 공간, 공용 공간인 펫 전용 놀이터와 펫 부엌·목욕탕(스파룸)까지 완비.

월 임대료는 통상 100만원 안팎. 싸지는 않다. 하지만 청년들은 취미 생활이 가능한 공용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보증금이 300만~500만원 수준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9월부터 공유 주택에 살고 있는 직장인 정모(26)씨는 “저렴한 보증금에 부대 시설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며 “요즘 전세나 보증금 사기가 많은데 최소 한 달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현대식 도심형 하숙’이라고 말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아파트 외에 다른 주거 형태를 선택하기 불안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며 “필요할 때 자신의 공간에 들어가되 여러 편의 시설을 원한다면 매력적인 임대 계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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