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가 내년부터 아시아 쿼터 제도를 본격 도입한다. 리그의 국제화와 다양성 확대, 아시아 시장과의 교류를 강화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가 좁아져 향후 국가대표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기준 KBO 리그 전체 10개 팀 가운데 KIA 타이거즈를 제외한 9개 팀이 아시아 쿼터 선수 명단을 확정했다. 호주 국적의 라클란 웰스(LG 트윈스)와 대만 국적의 왕옌청(한화 이글스) 이외 7명이 모두 일본 국적이며 선발된 9명은 모두 투수다. 팀의 1~2 선발을 맡아줄 만한 특급 자원은 아니지만 국제 대회나 해외 리그에서 검증된 투수들을 뽑았다. 3~4 선발이나 불펜 필승조는 충분히 담당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이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선수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뜩이나 힘든 경쟁 구조가 더 어려워졌다. 1~2 선발을 맡을 외국인 두 명과 아시아 쿼터 선수 한 명을 더하면 국내 투수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선발 로테이션 자리는 두 자리뿐이다. 기회를 받아 성장해야 하는 선발 유망주에게는 최악의 상황과 다름없다. 김재호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아시아 쿼터 선수들이 합류하면 투수와 타자들의 반응이 갈릴 것”이라며 “타자들은 다른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들의 다양한 공을 보면서 성장할 수 있지만 투수들은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특히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 선발투수에게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도입을 앞두고 있는 야구와 달리 선수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농구·배구 등의 종목들은 2~3년 전부터 이미 아시아 쿼터 제도를 운영 중이다. 도입 직후 크고 작은 시행 착오를 겪었지만 이제는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농구는 아시아 쿼터 제도를 도입한 효과가 두드러지는 종목이다. 여자농구에서는 아시아 쿼터 선수들의 합류가 리그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 국적의 이이지마 사키(부천 하나은행)가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투표 1위에 오른 것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남자농구는 필리핀 등에서 건너온 수준 높은 선수들과 부딪치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아시아 강호’ 중국과 치른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두 경기에서 승리하며 확실하게 성장한 모습을 팬들에게 선보였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한국 야구는 2009년 대회 준우승 이후 열린 2013·2017·2023년 세 번의 WBC에서 전부 1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봤다.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힌 프로야구의 지속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국제 대회 성적이 더욱 중요하다. 아시아 쿼터 제도 도입이 대표팀 경쟁력 반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해설위원은 “아시아 쿼터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실력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배우는 게 많을 것”이라며 “그 과정을 이겨내면 개인 기량은 물론 대표팀 전력도 강해질 뿐더러 국내 선수들의 해외 무대 진출 역시 지금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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