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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현장기자의 눈으로 본 패션의 인간학 ‘패션은 이렇게 재미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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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이렇게 재미있다/이영희/예술과마을/2만3000원

패션 전문기자로 35년간 현장을 지켜 한국섬유신문 부사장인 저자가 35년간 국내 패션 현장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패션 1세대와 1.5세대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세대는 명동 의상실 중심의 맞춤복 시대에 디자이너로서 입문한 이들이며, 1.5세대는 맞춤복과 백화점 등 기성복 시대가 오버랩되는 시기부터 활약한 이들이다.

우리나라 패션의 역사이자 산증인으로 불리는 노라노. 예술과마을 제공

우리나라 패션의 역사이자 산증인으로 불리는 노라노. 예술과마을 제공


디자이너 스토리 시작은 단연 노라노 선생이다. 저자는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서 패션을 산업으로 성립시키려 했던 선생의 선구자적 감각과 여정을 조명한다. 우리나라 패션역사에 있어 무엇이든 ‘최초’였던 선생은 2차 세계대전, 일본의 패망, 6·25전쟁, 4.19, 5.16, 경제성장기, IMF, 팬데믹 등 수많은 역사의 굴곡을 두루 체험했다. “머리 위에 우주선만 뜨면 모든 것을 다 보고 체험한 것이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전후 먹을거리도 없던 시절, ‘노라노’라는 브랜드로 미국의 유명 백화점 쇼윈도를 도배할 만큼 한국산 실크로 여성복을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했다. 노라노가 한국 브랜드인 줄 모르고 한국사람조차 ‘외제’인 줄 알았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시장에 그녀가 직접 디자인한 드레스를 수출하고 있다. 책 속에서 ‘노라노’가 세계시장에서 패션으로 애국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 발레리나의 발처럼 굽고 험한 그의 손에서 젊은 날의 고행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서양식 드레스를 한국 여성의 체형과 정서에 맞게 재해석하려 했던 시도는, 오늘날 K패션의 원형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선생은 내년이면 우리 나이 99세. 대한민국 패션역사이자 산증인일 뿐만 아니라 근현대 여성의 삶의 역사이기도 하다. 2026년 4월에는 100수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준비작업에 분주하다.

패션을 하나의 쇼이자 드라마로 확장한 앙드레 김. 예술과마을 제공

패션을 하나의 쇼이자 드라마로 확장한 앙드레 김. 예술과마을 제공


앙드레김은 순수의 결정체이자 진정한 애국자였다. 패션과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진솔했다. 국내 유명 스타나 예술인이라면 앙드레김을 입고 런웨이에 오르는 것을 열망했다. 조수미는 20여년간 200벌의 앙드레김 드레스를 입었고 마이클 잭슨 역시 앙드레김으로부터 200여벌의 의상을 맞추고 공수해서 입었다. 그러나 앙드레김의 마이클 잭슨의 전속 디자이너 제안을 거절했다. 대한민국 디자이너로서의 자존감을 지켰다. 단순한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라 패션을 하나의 쇼이자 드라마로 확장한 인물로 평가한다.

이영희/예술과마을/2만3000원

이영희/예술과마을/2만3000원

이들 외에도 이상봉, 박윤수, 이신우, 장광효, 최복호, 박춘무 등 한국 패션의 역사를 만든 디자이너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과 철학’을 보여준다. 더불어 하나의 컬렉션이 완성되기까지의 고된 노동, 실패한 쇼 이후의 침묵, 유행에서 밀려났을 때의 불안과 자존심의 균열까지 솔직하게 담아낸다. 단순한 인물 소개가 아닌 그들의 철학과 고뇌, 성공과 좌절, 꺼지지 않는 열정을 담고 K패션이 어떻게 지금의 세계적 위상에 이르게 됐는지 그 뿌리와 근원을 설명하고 있다. 화려한 런웨이 뒤에 가려진 디자이너들의 고뇌와 열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패션의 인간학’이라 할 수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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