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저한테 투서가 엄청 들어오거든요, 누구는 나쁜 사람이고.”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금융위원회 등의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깜깜이 인선’ 문제를 국민에게 알렸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대통령이 투서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방식이 거칠고 오히려 민간은행장 인선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부정 평가도 적잖았다.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역대 처음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생중계 업무보고는 양날의 검”이라고 했다.
일단 대통령실 내부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정무수석실에서 여론조사를 해보면, 업무보고 생중계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의 평가는 박하지만, 여론의 평가는 긍정적”이라며 “국민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16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
이런 이유로 대통령실은 생중계 업무보고를 하루 더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계획은 오는 23일 해양수산부 등으로부터 받는 업무보고가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최근 “업무보고를 하지 않은 공공기관을 모두 모아 하루 더 하자”는 취지로 참모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우선 서면 업무보고를 받은 뒤 대면 업무보고가 필요한 기관을 추려 생방송 업무보고를 진행하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19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생방송 업무보고에 대한 일부 긍정적인 여론이 나타났다. 지난 16~18일 실시한 이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55%였다.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한 이유로는 ‘소통·국무회의·업무보고’가 18%로 가장 많이 꼽혔다. 지지층에선 이 대통령의 ‘생중계 정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생중계 업무보고로 공직 사회의 긴장을 높이는 이 대통령의 새로운 스타일을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지율을 올리면 올렸지 떨어뜨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
반면 이 대통령의 즉흥 발언이 생중계되면서 논란만 키운다는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작은 이슈가 논란이 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 대통령의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향한 질책에서 시작된 둘의 갈등 이슈는 업무보고 그 자체보다 더 관심을 받았다.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생중계 업무보고가 국민에게 이슈를 직접 전달하겠다는 취지인데, 정작 국민에게 무엇이 전달됐을까”라고 물으며 “탈모 관련 논란 등만 기억에 남고, 정작 중요한 이슈는 사라졌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를) 옛날에는 미용 문제라고 봤는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탈모 우선순위를 암보다 높여야 하나”(윤희숙 전 의원)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한 “한의학은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발언은 대한한의사협회의 공개사과 요구로 이어졌다. 지난 11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선 변상문 식량정책관이 유전자변형식품(GMO) 콩의 수입 규모 등을 정확히 답변해 ‘콩GPT(콩+챗GPT)’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결국 오류가 발견돼 송미령 장관이 해명한 일도 있었다.
박성민 대표는 “생방송 업무보고는 국민에게 현안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자칫하면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도어스테핑을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거기서 나온 답변이 대통령다운 말이나 태도가 아니어서 부정적으로 비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학재 사장과 갈등과 원전 등의 이슈들이 정파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방송 업무보고가 이 대통령 지지율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콩GPT'도 틀렸다?..."공공기관 잡도리" vs "소통의 성과" [앵커리포트]](/_next/image?url=https%3A%2F%2Fstatic.news.zumst.com%2Fimages%2F4%2F2025%2F12%2F19%2F202512191619065134_t.jpg&w=384&q=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