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포옹으로 ‘불륜’ 낙인이 찍혀 커리어를 잃은 전직 임원이 5개월 만에 심경을 밝혔다. 그는 살해 협박과 성차별적 비난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자녀들의 상처와 재취업 불가라는 절망적 현실을 전했다. 엑스 @calebu2 |
전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현장에서 상사와 포옹하는 장면이 전광판에 잡히며 ‘불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성이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단 10초짜리 영상 이후 멈추지 않는 괴롭힘과 협박 속에서 “사회적 살인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 전광판에 비친 10초에 ‘커리어·사회적 지위’ 다 잃었다
18일(현지 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기술 기업 ‘아스트로노머(Astronomer)’의 전 최고인사책임자(CPO)였던 크리스틴 캐벗(53)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논란 이후의 삶과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영상이 확산된 뒤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었을 뿐 아니라, 가족의 일상까지 붕괴됐다고 말했다.
사건은 지난 7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시작됐다. 당시 캐벗은 회사 CEO였던 앤디 바이런과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모습이 공연장 대형 스크린에 포착됐다. 두 사람은 카메라를 인식하자 급히 몸을 숨겼지만, 해당 장면은 이미 전 세계로 생중계된 뒤였다.
결정적인 불을 지핀 건 보컬 크리스 마틴의 농담이었다. 그는 관중석을 향해 “두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엄청나게 수줍음을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영상이 수백 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조롱의 대상이 되자, 바이런 CEO는 이사회에 의해 해고됐다. 캐벗 역시 CPO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 ‘꽃뱀’ 낙인과 살해 협박…콘서트 이후의 지옥
콜드플레이의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Music Of The Spheres)’ 월드 투어 공연 중 크리스 마틴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AP/뉴시스 |
캐벗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런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다만 성적인 관계는 전혀 아니었다며 “순간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평생 쌓아온 커리어를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꽃뱀(gold-digger)’이나 ‘몸을 이용해 승진한 여자’라는 식의 성차별적 공격에 집중적으로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캐벗은 “바이런 전 CEO보다 내가 훨씬 더 많은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협박의 양상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하루 최대 600통의 괴롭힘 전화와 50여 건의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았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들로부터 왔다고 밝혔다. 한 협박범은 그가 자주 찾는 식당의 위치를 보내며 “직접 찾아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 고통은 자녀에게도…”내가 죽을까 봐 두려워 해“
무엇보다 큰 상처는 자녀들에게 남았다. 캐벗은 자신의 두 자녀가 엄마가 학교에 오거나 운동 경기를 참관하는 것조차 창피해하며 외출을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이들은 내가 죽을까봐, 그리고 자기들도 죽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벗은 ”나는 ‘HR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매니저’라는 밈(meme)이 됐고, 어디를 가든 ‘채용 불가’ 판정을 받고 있다“며 막막한 처지를 전했다.
한편 함께 논란에 휩싸였던 바이런 전 CEO는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