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SK온과 포드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각자 운영 체제로 돌리기로 하면서 SK온은 테네시주 공장 45기가와트시(GWh)를 단독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떠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단독 캐파(CAPA⋅생산능력) 확보'지만 이 라인을 안정적으로 채워 돌릴 수 있느냐에 시선이 쏠린다. 합작 해체가 자율성을 키워준 동시에 물량 확실성이라는 다른 한 축을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테네시 45GWh, 이제는 SK온 책임…'확보'보다 '채우는 게' 관건
1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는 최근 블루오벌SK 생산 시설을 분리해 각각 소유·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가 마무리되면 SK온은 테네시주 스탠튼에 위치한 연 45GWh 규모의 공장을 포드는 자회사를 통해 켄터키주 37GWh 공장을 맡는다. 켄터키 1공장은 이미 가동에 들어갔고 테네시는 내년부터 본격 양산이 예정돼 있다.
SK온은 이번 결정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운영 효율 제고'라고 설명했다. 테네시 공장은 포드의 전동화 차량·부품 단지인 '블루오벌 시티'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완성차 조립공장과 배터리 공장이 한 단지에 묶여 있는 구조인 만큼 포드 전기차에 배터리를 적시에 공급하는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합작 구조를 정리한 뒤에도 포드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유지한다는 점을 회사가 거듭 강조하는 이유다.
블루오벌SK 초기 구상에서 SK온과 포드는 127GWh 규모 JV를 앞세워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계획은 82GWh 수준으로 줄었고 이번 재편에서는 테네시 45GWh 중 일부를 단독으로 활용하는 그림으로 바뀌었다.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 미국 세액공제 제도 변화, 포드의 전기차 판매 전망 하향 조정 등이 겹친 결과다.
테네시의 실제 양산 라인이 어느 정도까지 가동될지는 불투명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만, 감가상각과 인건비, 유틸리티 비용이 일정 수준 이상 고정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가동률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공장은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
SK온에 있어서 포드는 현대차, 폭스바겐과 더불어 북미·글로벌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축으로 꼽혀온 고객사다. 블루오벌SK는 사실상 포드향 전기차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합작 모델이었고 테네시·켄터키를 합친 JV 캐파는 '포드 전동화 전략의 핵심 베이스캠프'로 이해됐다.
◆ '포드 독점급 메인 공급자' 기대 꺾였지만…JV 족쇄 풀린 효과도
그러나 JV 해체 이후 구도를 보면, SK온이 기대해온 '포드 독점급 메인 공급자' 지위는 약화 됐다는 평가다. 포드는 켄터키 공장을 활용해 범용·대중형 전기차 모델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SK온은 조지아·테네시 공장에서 기존 전기차 및 고급형·프리미엄 EV용 물량을 공급하는 역할 분담이 유력하다. SK온이 맡는 포드향 물량의 절대 규모는 유지되더라도 합작 공장을 기반으로 한 장기·독점적 관계는 한 단계 조정되는 셈이다.
긍정적 측면은 합작법인 구조에서는 포드 이외 고객 물량을 넣거나 중간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 SK온이 조지아 공장에서 현대차·포드·폭스바겐 물량을 섞어 운영해온 것과 달리, 블루오벌SK 설비는 사실상 포드 전용이어서 타 완성차 물량이나 ESS 전환에 손발이 묶여 있던 구조다.
단독 운영 체제로 바뀌면 이런 족쇄가 상당 부분 풀린다. 실제로 SK온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합작 공장 CAPA 대비 생산 계획이 크게 줄어들 경우 제3고객사 물량이나 ESS 제품 생산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지아 공장에서 ESS 라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테네시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EV와 ESS를 혼합해 운영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시간이다. 합작 구조 정리가 내년 1분기 마무리되고 테네시 양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2026년 전후로 예상된다. 2026~2027년 사이 어떤 차종이 테네시 물량을 가져가고 ESS 전환 비중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는지에 따라 공장 수익성 곡선이 갈릴 수밖에 없다. 가동률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야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고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테네시 리스크'도 덜 수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블루오벌SK 해체를 단순히 '확장' 혹은 '축소'로 보기보다는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CAPA를 다시 배치하는 '재정렬'에 가깝게 봐야 한다"라며 "테네시는 포드 수요 회복을 기다리는 공장이 될 수도 있고 고객 다변화와 ESS 전환을 통해 체질을 바꾸는 공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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