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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쇼] 고고학자 강인욱 "환단고기? 논쟁하는 것 자체가 국가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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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 전 아시아가 한 국가였다는 '환단고기'
-시베리아서 공부해보니 논할 가치 없는 위서
-고대문화 교류는 있었으나 거대제국 말 안돼
-논쟁하는 것 자체가 세계적으로 역사적 망신
-많이들 믿는 이유? 韓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
-고조선 전에 환국? 빙하기 직후라 불가능해
-대서양에서 침몰했다는 '아틀란티스'같은 것
-나치 선전용으로 사용한 '아리안족' 개념도 유사
-증거도 없어...유물 비슷하다고 다 같은 나라인가
-IMF 때 환단고기 열풍, 국가 힘들때 빠지기 쉬워
-고고학 잘 배워야...교과서 선사·고대사 축소 아쉬워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09:00)
■ 일자 : 2025년 12월 19일(금)
■ 진행 : 김태현 변호사
■ 출연 : 강인욱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


▷김태현 : 정치권이 때 아닌 논란으로 잠시 뜨거웠습니다.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에서 환빠, 환단고기 이거를 언급해서였는데요. “이거를 긍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대통령실의 해명이 나오면서 정치적인 논란은 마무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게 도대체 뭐길래 언급만으로 논란이 되는지 제대로 한번 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유명한 분이 나와 계십니다. 고조선 역사를 연구하는 고고학자 대형 유튜버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인욱 : 안녕하십니까? 경희대 사학과에서 유라시아 고고학을 연구하고 또 강의하고 있는 강인욱입니다.

▷김태현 : 교수님, 저희가요. 찾아봤어요. 작가 소개, 교수님이 쓰신 책 딱 봤더니 직업 고고학자, 경희대 사학과 교수 및 한국 고대사 고고학 연구소 소장, 유라시아와 고조선의 고고학을 주로 연구하며 우리의 과거를 좁은 한반도의 틀을 벗어나서 넓게 보고자 한다. 이걸 제가 왜 읽어드렸느냐. 교수님의 양력을 딱 보니까 환단고기가 진짜인지 아니면 가짜인지 정확하게 알고 계신 분 같아 가지고요.

▶강인욱 : 한마디로 그거는 논할 가치도 없는...역사책은 아니고요. 최근에 만들어진 그러한 책인데요. 우리는 보통 그걸 위서라고 이야기해요. 만들어진 이야기고요. 사실 지금도 보면 지금 봐도 황당한 게 약간 대략적인 이야기가 한 9000년, 만 년쯤 전에 핀란드부터 한국까지 북극권부터 전체 아시아가 거대한 하나의 나라로 있었다는 것 자체가 고고학적인 상식도 맞지가 않고 사실 여러 가지로 봐도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거든요. 저는 전공이 또 고고학자예요. 제가 또 공부한 것이 시베리아에서 공부했거든요, 저는요.

▷김태현 : 추운데요.

▶강인욱 : 아닙니다. 근데 시베리아가 워낙에 문명의 루트입니다. 초원을 따라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고대 문화 교류가 있었는데 그 문화 교류가 있었다는 것하고 신석기 시대 때 거대한 제국이 있었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맞는 말이거든요. 사실 그게 옛날에 우리는 그런 게 있었어요. 우리가 되게 못 살고 식민지 벗어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우리도 뭔가 좀 멋있는 역사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하는 그러한 바람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 있었어요. 그래서 각자가 자기 나라를 돋보이기 위해서 다양한 역사서를 만들고 그걸 신봉하는데 그거는 꼭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신념의 차원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있다는 게 저는 이해가 안 가고 사실 지금 이번에 또 대통령께서 언급하셨는데 논란이 있었어요. 한 10년쯤 전에요. 2014년, 13년도에 박근혜 대통령도 한번 환단고기를 언급해 가지고 난리 났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그 자체가 워딩이 올라와가지고요. 마치 두 거대한 그러한 세력이 경쟁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고 문제는 이게 이런 식으로 나와버리면 세계적으로 한국이 너무나 역사 연구가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되어 있냐, 당장 러시아부터 좀 화내지 않을까요? 아니면 저 사람들은 왜 우리나라 땅 가지고 그러냐. 저 같은 경우는 시베리아같이 사람 못 살고 옛날에 제정 러시아 때는 왜 그런 유형 같은 추운 동네를 왜 거기를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것으로 했냐. 그 나라가 있다 없다는 건 약간만 검색해 보면 다 나오는 이야기고 AI의 구글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있어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하나씩 좀 들어보죠. 일단 첫 번째 환단고기. 이거 한단고기라고 쓰는 사람도 있다던데 이게 정확히 뭐예요? 환단고기는 무슨 뜻이에요, 이게?

▶강인욱 : 사실 이게요. 1911년도에 계연수라는 분이 썼다고 되어 있는데 그전에 있었던, 우리나라에 원래 고유에 있었던 역사서들을 갖다가 참고해서 썼다고 하는데요. 원문은 전해지지가 않고요. 무엇보다 계연수라는 분이 그 시대에 약 100년 전에 활동했던 분이기 때문에 어떠한 기록이든 이름이 있어야 되거든요. 없어요. 그 계연수라는 분이 나왔다는 건 한참 뒤에 그런 분이 있었다고 하기 때문에 실제 있다는 거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고 1979년도에 이유립이라는 분이 환단고기를 영인을 해서 세상에 내기 시작하거든요. 근데 그와 같은 비슷한 책을 몇 번 그 전부터 냈었어요.

▷김태현 : 이유립이라는 사람이.


▶강인욱 : 네, 그분은 주로 민족 종교 쪽으로 활동하시면서 다양하게 우리가... 사실은 우리나라가 독립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정체성이 무엇이냐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런 책을 냈겠죠. 그런데 이게 보면 그 문제인 것 같아요. 과거에 있었던 내용들을 이분이 좀 썼는데 실수를 했냐 아니면 아예 창작을 했냐 그 문제인데 사실 그거는 큰 의미가 없는 게요. 만약에 거기 나와 있던 것이 있으면요. 지금 전 세계 고고학적으로 그게 나와야 되거든요. 전혀 안 나와요.

▷김태현 : 일단 그러면 1910년대에 계연수라는 사람이 썼다는 것도 79년에 이유립이라는 사람이 쓸 때 그렇게 본인이 주장했다는 거잖아요.

▶강인욱 : 그렇죠. 1940년대, 50년대부터 이름이 조금씩 나오는데요. 환단고기가 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개정이 되면서 나오기 시작해요.


▷김태현 : 40년대, 50년대부터요. 그럼 처음에 누가 썼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네요.

▶강인욱 : 사실 근데 그거는 많은 학자들이 밝히고 있는데요. 그렇게 들어가면 이게 사실 논쟁이 흐려지는 거예요. 사실 그거는 누가 만들었는데 몇 번에 걸쳐서 했는데 저는 이렇게 비유하고 싶은 게요. 실제 사람의 사진이 있고요. 우리의 조상님은 이랬어라고 그린 그림이 있다고 쳐요. 그린 그림을 실제 원본이 없이 그렸기 때문에 몇 번에 걸쳐 그리거든요. 근데 그걸 가지고 언제 그렸냐부터 시작해서 디테일을 이야기하면 왜 이것을 그렸냐고 하는 큰 그림을 놓치기 때문에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오히려 우리가 이 논쟁에서 벗어나올 수가 없는 겁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그럼 본질은 이게 위서가 맞느냐, 위서라고 보면 왜 정통 학계에서는 위서... 왜냐하면 지금 보니까 고대사학회에서 어제 성명서가 나왔더라고요.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 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 사이비 역사라고 했고 모든 학계에서 위서라고 보고 있다는 거고 그러면 이제 그게 중요한 거잖아요, 이게 왜 위서인지.

▶강인욱 : 사실은 이게 위서라는 것 자체가 이게요. 그러니까 모든 역사는 검증을 받고요. 또 이게 만약에 거기에 진실이 있다면요. 계속되는 발굴로 증명이 돼요.

▷김태현 : 그러니까 사료라든지 그런 것들하고 맞아 들어가야 된다는 거죠?

▶강인욱 : 그렇죠. 그리고 이게 우리는 자꾸 환단고기만 보는데요. 우리나라가 보면 한 100년 전부터 다양한 위서가 있어 왔고요. 이 위서는 러시아도 있었고요. 영국, 인도 다 있어요. 중국도 일본도 있고. 사실 그거는 극히 일부 사람들이 자신들의 어떤 신념을 위해서 만들어낸 것인데 이게 왜 이렇게 대중적으로 소비가 되고 있는가가 큰 문제인데요. 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해 보고 싶은 게요. 사실 이게 얼마나 엉터리고 얼마나 이게 그 당시 1970년대까지 한국이 갖고 있었던 자기 역사에 대한 그러한 안타까움, 열등감이 표현돼 있다는 건 맞아요. 근데 이거는 그 문제가 오늘의 핵심이 아니라 왜 그것이 2025년도에 여전히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냐는 거죠. 사실 이게 의외로 놀라운 게 인텔리들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저는 일부 소수의 사람이 믿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분야에서 꽤 많이 믿는, 올라가신 분들이 이 책을 믿는 걸 많이 보고 제가 놀랐어요.

▷김태현 : 소위 말하는 오피니언 리더들.

▶강인욱 : 그렇죠, 그런 분들이 은연중에 이거. 근데 저는 두 가지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믿냐. 첫 번째는 저희가 사실... 제가 반성하러 나온 것도 있는 게 이번에 역사학계 성명서를 보면 물론 맞는 말이긴 한데 본질을 이야기한 것 같지 않은 게 예전에 나치 독일도 자신들의 아리안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책도 쓰고 했던 그런 것들도 많이 이야기하지만 이게 또 맞아요. 사실 이게 환단고기도요. 일본도 그렇고 자기 나라를 강조하던 터키도 그런 책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핵심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인텔리들이 빠지는 것은요. 우리가 정말로 알고 싶어 하는 우리의 커다란 틀에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그러한 연습을 받지 못했다는 거예요. 저희는 저도 어릴 때 보면요. 우리는 국사가 아니라 한국 국사, 한국사. 한국사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저는 개인적으로 제 전공이 발해 같은 거 아니면 제가 원래 만주부터 했거든요. 그럼 첫 번째 질문이 뭐냐 하면 한국사야 아니야라고 얘기합니다. 그거 한국사 맞냐? 약간 말갈은 오랑캐, 약간 이런 식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선 그어서 우리 것만 딱 한국사 아니면 X거든요. 그래서 지금 말씀드렸던 시베리아나 거대한 유라시아. 제가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유라시아 초원과의 교류가 많아요, 진짜. 신라에 보면 칼도요. 몇 천 킬로 밖에서 나오거든요. 그거는 교류죠. 근데 그거에 대한 그다음에 논리의 전환이 뭐냐 하면 한국과 비슷해? 그럼 한국 땅. 이렇게 된다는 것 자체가 저희는... 왜냐하면 한국사 아니면 다 쓸모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왔기 때문에 교육을. 그래서 오히려 그런 인텔리들이 좀 많이 빠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는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게 우리한테 필요한 거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보편적인 역사를 한국을 거기에 넣어야 되는데 보편적 세계사는 우리가 잘 안 배우고 오로지 한국만 중요해, 한국은 커야 돼라고 하는 것이 은연중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러한 위서가 왔을 때 한 번에 훅 빠지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태현 : 알겠습니다. 거기 환단고기도 일단은 내용이 좀 너무 허황되다 이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하나씩 저희가 환단고기 내용하고 이게 왜 신빙성이 없는 건지 왜 그래서 위서인지 지금 저희가 볼 건데 하나 제일 핵심 주석이 우리가 알고 있는 단군왕검, 쑥. 신화로 들어가면 곰 나오고 100일 나오고 쑥과 마늘 나오는 그거. 그 단군왕검이 만든 고조선 이전에 환국이라는 국가가 있었다. 근데 지금 지도가 나갈 건데 커요, 환국이. 유럽부터 시베리아 다. 여기 보시면 환국 되게 큽니다, 지금 이게.

▶강인욱 : 사실 근데...

▷김태현 : 이 주장이거든요. 이게 고고학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주장입니까?

▶강인욱 : 말이 안 되고요. 물론 이제 그게 사실 만 년 전이기 때문에 빙하기 끝나고 신석기 시대가 발흥하던 시점이에요.

▷김태현 : 신석기 때.

▶강인욱 : 사실 그래서 이렇게 시베리아와 같은 거대한 땅을 고대에 있었다고 믿는 것은 이거는요. 사실 100년 전에 유행했었던 전 세계 공통된 역사 인식이었어요. 가장 좋은 예가 우리 그거 아시죠? 아틀란티스 대륙.

▷김태현 : 예.

▶강인욱 : 그게 왜 대서양에 거대한 대륙에 있었다, 문명이 있었다. 또 무 대륙. 그거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거대한 대륙에 있었는데 침몰했다. 사실 우리가 그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과거로 올라갈수록 더 거대하고 멋있었을 것이다라고 믿었었어요, 그때는 고고학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게 똑같은 식의 지도를요. 터키도 그려요. 그래서 왜냐하면...

▷김태현 : 겹쳐요, 그럼 우리나라랑?

▶강인욱 : 경쟁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터키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또 러시아도 벨레스서라고 해 가지고 비슷한 그림을 그려가지고요. 전 유라시아, 사실 시베리아로 간 지가 러시아가 얼마 안 됐는데.

▷김태현 : 얼마 안 됐죠.

▶강인욱 : 한 3000년 전부터 이미 슬라브인들이 파미르 공원을 출발해 가지고 파미르 공원에서 메소포타미아를 가서 스키타이가 돼서 고대 문명을 만들었고 이런 식의 이야기가 모든 나라에 다 유행하고요.

▷김태현 : 그럼 다 겹치네.

▶강인욱 : 환단고기도 사실은 그런 거의 일종이기 때문에 사실 이거는요. 고대 역사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20세기 초반에 민족들이 독립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자기네 나라가 돋보일 수 있을까. 그러니까 이거 보면 저는 환단고기가 보이는 게 아니라 역시 한국도 그 당시에 세계의 어떤 위서들의 영향과 똑같다. 독일도 왜 나치가 아리안족의 발흥을 이야기하거든요.
우리 아리안족 하면 떠오르는 게 독일의 나치가 떠오르는데 원래 아리안 뜻은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이라서 이거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나 페르시아 사람들을 말하는 거였거든요. 근데 그거를 백인으로 치환시켜가지고 거대한 유라시아가 원래부터 나치 땅이니까 자기 지금 전쟁하는 거는 전쟁이 아니라 자기 땅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거든요. 그러니까 현대의 자신, 당대의 욕망을 투영시키기 위해서 거대한 그림을 그렸던 것은 철저하게 뭐라고 그럴까. 강력한 제국을 희망했었던 당대의 어떠한 열망이었던 것이었어요.

▷김태현 : 뭔가 민족주의가 발흥할 때 이런 얘기가 나오나 보네요. 러시아도 그렇고 터키도 그렇고 약소국에서 뭔가 독립하고 약간 강대국으로 올라가려고 할 그런 시점들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군요.

▶강인욱 : 사실 보면 진짜 강한 나라들은 역사가 그렇게... 사실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 차지한 게 몇 천 년 전부터 미국 땅이었기 때문에 한 건 아니잖아요. 사실은 이거는.

▷김태현 : 영국도 그런 건 안 하죠.

▶강인욱 : 오히려 그러니까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하는데 그래서 저는 이거를 한 9000년 전, 만 년 전 사실 보면 이게요. 만 년 전이라고 해서 미개한 나라들은 절대 아닙니다. 그 당시에 터키의 괴베클리라든지 그 당시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피엔스들이었고요. 상당히 발달된 마을들을 만들긴 했어요. 하지만 그것을 현대의 개념으로 보는 거대한 제국이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요. 또 환단고기에 나오는 수많은 용어들이요. 고대의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만들어낸 용어들을 갖다가 이렇게 끼워 넣는 식으로 했었어요.

▷김태현 : 근데 그 환단고기를 믿고 주장하는 사람들 또 그 책에도 뭔가 나름의 근거와 증거는 있을 거 아니에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환국이 이렇게 크게 있다가 아니라 나름의 어떤 고고학적 증거라든지 이런 거 내놓은 거 있어요?

▶강인욱 : 전혀 없죠.

▷김태현 : 그래요?

▶강인욱 : 왜냐하면 제가 전공이 시베리아에서 했기 때문에 저는 유라시아 전역을 다 연구한 편이거든요. 그리고 안타까운 게요. 환단고기 믿는 분들이 사실 요즘에 워낙에 구글이나 AI가 좋기 때문에 약간만 검색하면 어디에 무엇이 나오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거든요. 근데 그러한 아주 작은 최소한의 그러한 작업도 안 하면서 그냥 무작정 이게 논리예요. 그렇게 얘기해 주면 당신은 식민사학자이기 때문에 틀렸어라는 식으로 아예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선을 그어버립니다. 그러면 제가 마찬가지인 게 차분하게 논리 반박을 잘 안 하는 이유가 왜 제가 안 했겠습니까? 그리고 원하면 가보시면 돼요. 여기 지금 나와 있는 거대한 그림 중에서 러시아도 지금 가볼 수 있거든요. 근데 전혀 노력 안 하고 아닙니다 하면 당신이 공부한 것은 일제 총독부에 의한 교육이기 때문에 당신은 맞지 않아라는 식으로 흑백 논리로 하지 절대 반박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요.

▷김태현 : 그래요? 여기에 그러면 환국이 있었다는 근거가 된 유물 이런 게 출토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강인욱 : 비슷한 유물들이 있는데 빗살무늬토기 있다고 다 같은 나라가 될 수 없잖아요. 사실 이게 여기서 가장 뭐라 그럴까. 유사한 거는 빗살무늬, 우리나라 암사동에 있는 거 있죠.

▷김태현 : 빗살무늬토기?

▶강인욱 : 그런 빗살무늬가 있는데 그게 빗살무늬는요. 서쪽으로는 유럽부터 시작해서 핀란드, 시베리아, 한국까지 나와요. 물론 중국은 안 나오지만. 그런데 안타까운 게요. 토기가 같다고 해서 같은 거대한 제국이라고 이야기하면 제가 과연 국제학계에서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이게 저는 이 논쟁이 그러니까 그거를 우리 반박합시다, 증명합시다를 하는 자체가 한국의 국격을 심각하게 떨어뜨려요. 이게 사실 만약에 정말 이렇게 거대한 나라가 있었으면 전 세계의 나라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증명하면 거대한 논문이 나오고 네이처 갈 텐데 왜 안 하겠어요? 말이 안 되니까 안 하는 거거든요. 근데 이거를 한국은 그걸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쟁을 하고 국가적으로 프로젝트 한다 하면 제 생각에는 K-컬처로 엄청나게 한국이 지금 잘 사는 나라가 됐는데 갑자기 무슨 황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국가적으로 검증을 한다면 그건 얼마나 창피합니까?

▷김태현 : 그러니까 이거를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으로만 놔둬야지 이거를 맞냐 안 맞냐 논쟁 부르는 거 자체가 국가 망신이라는 말씀이신 거죠?

▶강인욱 : 그렇죠. 이번에 저도 이 논쟁이 가장 안타까운 게 이거는 나라가 창피한 건데 한국이 지금 한국 문화가 전 세계 최고로 올라갔는데 쓸데없는 것이 논쟁화되었고요. 저는 이게 그 맥락도 중요한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 나온 게 동북아역사재단이라는 곳이에요. 거기가 원래는 중국의 역사 공정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을 대응하기 위해 나온 거거든요. 최근에 중국의 발해나 만주에 대한 역사 공정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동북공정에 비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강력해요. 우리 지금 거기에 대응하기도 지금 힘과 실력과 시간이 부족한데 이 황당한 논쟁에 우리가 빠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중국도 자기네 하상주단대공정이라든지, 동북공정, 다양한 역사 공정을 만들죠. 그런데 그거는 상당히 역사에 기반하면서 그걸 막 비트는 거거든요.

▷김태현 : 기본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그거를 다르게 해석하고 이런.

▶강인욱 : 반박해서 싸워야 되는데 우리는 황당한 걸 가지고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라 만 년 전에 우리가 다 우리 땅이었어라고 하는 자체가 얼마나 심각한 시간과 논쟁의 소모입니까?

▷김태현 : 알겠습니다. 근데 앞서 그 얘기도... 그러면 그 당시가 기원전 72세기요?

▶강인욱 : 네, 기원전 7200년, 약 만 년 전 대략.

▷김태현 : 만 년 전에 환국이 있었다는 주장인 거잖아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기술이나 교통수단을 가지고 그 거대한 제국 유지가 됐었다고 가능은 한가.

▶강인욱 : 그렇게 거대한 나라가 있고 약간만 흔적이 있어도요. 또 그런 말도 들었어요. 고고학자가 감추는 거 아니냐. 왜 감춥니까? 그거 하나 있으면 거대한 전 세계적인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얼마 전에 왜 네안데르탈인의 비슷한 그룹인 데니소바인으로 노벨상 받았는데 왜 안 받겠습니까? 그거는 사실 그리고 저는 한편으로는 또 우리 역사학계도 조금 반성할 부분이 있는 것 같은 게요. 아까 말씀드렸던 왜 이런 황당한 이야기에 자꾸 소모하고. 이게 반복이에요. 10년 전에도 또 이 같은 이야기했었거든요.

▷김태현 : 그래서 이게 보니까 저희가 찾아보니까 1999년에 KBS 역사 스페셜 이거 되게 오래된 프로고 유명한 프로잖아요. KBS 역사 스페셜에서도 99년입니다. 추적 환단고기 열풍 이게 방송되더라고요. 그러면 이때도 열풍이었다는 거거든요. KBS 역사 스페셜에서 다룰 정도면. 이게 왜 열풍이 된 거예요?

▶강인욱 : 198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하면 붐이 있었고요. 사실 이게 기본적으로 위서가 나오는 특징은요. 자기 역사에 대한 열등감이랄까 이런 게 강할 때. 하지만 정말 자기 나라가 잘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길 때 나오거든요.

▷김태현 : 99년 IMF 때구나.

▶강인욱 : 그러니까 이게 힘들수록. 제가 그래서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위서는 고대사가 아니라 현대사예요. 왜 그러한 열풍이 나오느냐는 현대 사회에 대한 배경으로 봐야 되는데요. 저는 한편으로는 이번에 역사학계가 크게 좀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게 환단고기라는 걸 믿을 정도로 우리는, 믿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조망하는 역할을 했냐. 최근에 제가 또 안타까운 게 제가 고고학자거든요. 교과서를 만드는데요. 교과서에서 지금 선사시대하고 고대사 고고학 쪽을 다 뺐어요.

▷김태현 : 왜요?

▶강인욱 : 저도 황당하죠. 그러니까 이게...

▷김태현 : 어디서부터 나와요, 그럼?

▶강인욱 : 그러면 이제 주로 현대사 쪽을, 근대사 쪽을 보강하기 위해서 선사시대를 아예 빼겠다고 발표를 해서 지금까지 저희가 안 그래도 이거는 철저하게 고고학의 영역이거든요. 그리고 아까 이야기했던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같은 책 보세요. 얼마나 전 세계 흐름에서 사피엔스를 이야기하면서 사는데 우리는 한국사를 어떻게 하면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냐. 21세기에 맞는 역사책을 우리가 내고 있냐. 저희는 그러지 못해요. 그러니까 이게 사람들이 자꾸 대안을 찾다 보면 몇 명은 그런 이상한 데에 빠지고 특히 또 나라가 어렵거나 세상이 더 고립화될 때는 그런 데 하나 보면 마치 판타지에 빠지듯이 빠지는 분들이 있는 것 같고요. 사실 요즘에는 또 안 그래도 무슨 부정선거라든지 얼마나 많은 음모론들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게 아 저분들은 왜 저런 걸 믿어? 좀 어리석게가 아니라 우리가 계속 더 멋있고 훌륭한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러한 위선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고 현재 역사학계의 대응도 하나하나, 한 자 한 자를 갖다가 대응한다. 저는 그거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태현 : 아예 그럼 대응을 안 하는 게 맞는 거예요?

▶강인욱 : 아니요. 저는 우리가 어떤지 좀 더 조망할 수 있는 보편사, 세계사적인 역사 속에서 한국사를 봐야 되는데 현재 환단고기 논쟁의 핵심은 무엇이냐. 우리는 소중해, 우리는 달라, 우리는 뭔가 저쪽에 닮았으면 다 우리 거야라는 식의 그러한 한국사 중심주의에 갇혀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도 왜 이런 말씀을 드리냐면 저는 전공을 시베리아에서 하고 저는 만주를 연구하니까 첫마디가 너도 환단고기를 믿냐는 게 첫마디거든요, 같은 역사학계 내에서도. 내가 한 번 더 검증해 봐야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그쪽 아예 우리도 연구를 안 하면서 본인 전공들은 신라, 백제 하면서 저기 유라시아 어떻게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거는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김태현 : 다시 유행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강인욱 : 저는 현재로서는 좀 있다고 보는 게요. 왜냐하면 이거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김태현 : 감정의 문제군요.

▶강인욱 : 그리고 이게 핵심에 대해서 정확히 우리가 알고 그걸 대응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역사학계가 그걸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한국사를 조망하는 거대한 비기 스토리 같은 이게 얼마나 황당한지를 막 따지는 것이 아니라 아, 이게 한국이 이렇게 좁은 나라지만 참 다양하고 재미있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나올 때 비로소 이게 없어진다고 저는 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고고학자인 저희가 더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김태현 :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환단고기 이야기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였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강인욱 : 감사합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SBS 김태현의 정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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