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사진=본인 제공 |
김훈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사진=본인 제공 |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건강한 행정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축구 선수 시절, 성공의 꿈을 좇아 일본으로 건너갔던 20대 초중반. 선수협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던 시절이었다. 선수들을 다양한 방면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다. 선수들의 트라이아웃은 물론 선수 은퇴 다양한 기관들과 인턴십을 맺어주는 등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해 주는 모습이 두 눈에 들어왔다.
그쯤이었다. 한국 K리그에서는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많은 선수들이 제명됐고 축구계를 떠났다. 고민이 시작됐다. “중학교 시절에 한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그러자 감독님이 다음 대회에서는 지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기고 있다가 전반전을 마친 뒤 감독에게 ‘방망이’를 맞았다. 그런 지도자들은 이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호의호식했다”며 “선수들도 관련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점이 분하고 힘들었다”고 했다.
선수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선수 곁으로 향했다. 2012년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출발 지점에 섰다. 당시 설립을 주도한 김훈기 한국프로축구협회 사무총장을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만났다.
◆처음에는 선수들도 외면했던 선수협
17일 기준 선수협에는 전현직 프로선수를 모두 합쳐 1300여명의 선수들이 가입돼 있다. K리그1부터 K3리그 선수들까지 가입이 가능하다. 현직 선수의 가입률은 80~90%에 이른다. 현재 남자는 전 축구 선수 이근호, 여자는 지소연(버밍엄시티)이 회장을 맡아 선수의 권리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된 건 아니다. 선수협이 발족한 건 2012년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선수이 참여를 꺼렸다. 가입한다면 구단에서 좋게 볼 리 없었다. 선수협이 무엇인지 몰랐던 선수들도 대부분이었다. 당시 사무국장이었던 김 총장을 비롯한 실무진이 각 베테랑들을 만나 미팅을 주선하고 선수협을 알리며 가입신청을 받으러 나섰다. 창립총회에 나오겠다고 약속한 선수는 25명. 하지만 당일에 나온 선수는 두 명에 불과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맨땅에 헤딩했다. 사단법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를 가입시키기 위해 정말 설득을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결실을 맺었다. 2017년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FIFPro에 요청했다. FIFPro는 축구 선수들이 구단이나 자국 축구협회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것을 막으려고 조직된 국제 연대 기구다. 김 사무국장은 FIFPro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해달라고 했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때도 선수들의 지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수협 운영을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선수들이 대거 지지를 표시했다. 전현직 축구 선수 192명이 창립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선수협은 그해 2017년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정식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양한 성과… 선수들의 달라진 마인드
이후 9년이 흘렀다. 그동안 다양한 성과를 이룩했다. 먼저 표준계약서가 개정했다.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했던 이적 거부 불가 조항 등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불공정 조항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초상권 수익도 선수들에게 배분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한 구단의 선수 무단방출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시 성남FC 소속이었던 이원규와 문창현은 2015년 1월1일부터 2017년 12월31일까지 성남과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성남은 2016년 두 선수를 무단 방출하고 급여 지급을 중단했다. 선수협이 나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을 진행했고 대법원은 2019년 6월 성남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이원규, 문창현의 전부승소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갈 길이 멀다. 개선해야 할 것들이 산적하다.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선수를 내보내기 위해 일부러 월급을 미지급하며 압박했던 팀들도 있었다. 2700만원에 불과한 선수들의 최저 연봉도 올려야 한다. 작년 기준으로 최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전체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교육 지원은 물론 직접 구단을 방문해 선수들과 소통을 강조했다. 승부조작이나 음주와 관련한 교육도 철저하게 시키고 있다. 외국어 교육 사설 업체와 계약을 맺고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선수협이 서울 동작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 카페 수익금으로는 유소년 축구 선수를 위해 물품 지원에 나선다. 저연차·저연봉 선수를 지원하는 각종 프로젝트 역시 준비한다. 대한축구협회(KFA)와 함께 심판 B급 라이선스 강좌도 열고 있다. 악플 방지센터를 운영하면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선수협 자선경기도 개최했다. 올해로 4회째다. 그는 “축구 저변 확대도 중요하지만 축구계 선후배가 하나가 될 수 있으면 문화가 있으면 해서 시작했다”며 “남녀 선수가 모두 하나가 돼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자선경기에서는 유명세와 관계없이 선수 은퇴식을 열어준다.
선수들 역시 좀 더 개방적인 마인드로 선수협에 관심을 보인다. 김 총장은 “예전에는 몇몇이 총대를 멘다는 느낌으로 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젊은 선수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선수협에 관해 물어본다”며 “대다수의 선수들이 이제는 선수협 가입에 두려워하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훈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사진=본인 제공 |
김훈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 사진=본인 제공 |
◆경쟁력 있는 리그 위해
한국 축구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K리그는 3년 연속 300만 관중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6월에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최돼 축구 열기가 고조될 전망이다.
더욱 세심한 행정이 시점이다. 김 총장은 “한국 축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는 건강한 행정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프로가 살아야 아마추어가 살 듯이 남녀 축구 행정이 더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이들이 축구 선수를 꿈꾼다”고 힘줘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사랑받는 리그다. “저도 선수 출신이다. 제대로 도전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지는 리그를 만들고 싶다”며 “선수협이 선수들과 함께 축구 문화를 발전시키겠다. 더 사랑받고 경쟁력 있는 리그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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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kjlf200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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