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신기동 어린이도서관 ‘아띠’에서 아이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매체나 콘텐츠는 무엇일까. 1순위 기준으로 동영상(23.1%), 게임(20.7%), 텔레비전(15.0%), 에스엔에스(14.7%) 순이다. 독서 매체는 종이책(6.7%), 전자책·웹소설(0.6%)이 아슬아슬 후순위에 있다. 영상과 디지털 매체에 압도된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국의 만 3~18살 1500명을 조사하여 발간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2025년 어린이·청소년 독서 및 도서관 이용 현황 조사’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책 읽기를 매우 좋아한다’는 비율은 평균 14%에 그친다. 미취학 시기에 23.2%이던 것이 계속 하락해 고등학생이 되면 8.7%로 감소한다. 공부 때문에 책을 적게 읽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부터 영상매체 이용 시간과 독서 시간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해, 고등학생 때는 약 5배의 차이가 난다. 독서 매체별 월평균 독서율을 보면 고등학생의 경우 종이책(67.3%), 웹소설(20.3%), 전자책(18.3%) 순으로, 이미 고등학생 3명 중 1명은 종이책 비독자다. 독서 선호도가 낮고 독서습관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에 대한 양육자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 아이의 독서 생활에 대해 관심을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육자 본인의 독서 선호도가 낮으니 개선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독서환경 조성과 정부의 독서정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지렛대인 국민의 독서 생활을 개인적 기호나 선택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보고서에서 밝힌 ‘도서관을 처음 이용하기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6.8살인데,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그 격차가 크다. 대도시 6.3살, 중소도시 7.5살, 읍면 지역 8.2살로 무려 2년 정도나 차이가 난다. 어린 시절의 2년 차이는 무척 크다. 가정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을수록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하는 시기도 빨라진다. 이러한 도서관의 지역 격차 해소 문제를 여건이 열악한 개별 지자체에 떠맡기는 것은 국가 도서관 정책이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양육자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기는 출생 이전(태교)~2살 때부터 5~8살까지의 비율이 각각 과반수로 많았다. 특히 태교 단계부터 책 읽어주기를 시작한 경우 어린이의 독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된다. 따라서 예비 부모와 아이를 가진 엄마에게 책 읽어주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필수적으로 알려주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도 이에 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전 국민이 누리고 세계인과 소통하는 케이 컬처’(국정과제 104)에서 ‘생애주기 독서활동 지원’을 명시했다. 이제 범정부 차원에서 태교 단계부터 시작해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성장하도록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라는데, 정작 이를 만들어가야 할 국민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높이는 최선책인 사회적 독서환경과 독서정책은 퇴화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좋은 책을 실컷 읽으며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책무이자 문화정책, 교육정책의 존재 이유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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