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강원 홍천의 한 스키장이 슬로프에 제설작업을 하며 본격적인 겨울시즌 운영에 나섰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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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주 눈썰매장 개장 연기…“날씨 더 추워져야”
지난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생명누리공원 눈썰매장. 60m·45m 슬로프 2곳에 채우다 만 인공 눈이 보였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청주 지역 기온은 6.1도. 인공 눈이 녹아버린 탓에 슬로프 아래엔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이곳은 지난겨울 44일 동안 청주 시민 2만8500명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던 장소다. 올해는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개장(20일)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청주시 관계자는 “인공 눈이 얼지 않아 슬로프 운영이 어려운 상황”며 “날씨가 추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눈썰매장 운영 대행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총괄책임을 진 김모(50) 이사는 “제설(製雪)기에 들어가는 물 온도를 2~3도 낮춰보려고 5t짜리 수조에 얼음을 담가보기도 했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며 “기온이 낮고, 바람이 잦아드는 새벽 3시~5시쯤 여러 차례 인공 눈을 뿌려봤음에도 해가 들면 녹아내리기 일쑤였다”고 하소연했다.
업체에 따르면 인공 눈 제설은 최저기온 영하 4도 이하, 습도 60% 미만의 조건이 3일 이상 유지돼야 가능하다. 비가 와서도 안 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청주는 최근 2주 새 이 조건을 충족하는 날이 없었다. 지난 7일 이후엔 최저 기온이 영상을 기록한 날이 절반을 넘었고, 두 차례 비가 왔다. 김 이사는 “잠시 추워졌다고 운영을 강행하면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다”며 “성탄절까지 큰 추위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 눈썰매장을 찾은 시민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올해는 개장(19일)을 연기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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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설 두께 낮추고, 슬로프 축소 운영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이 눈썰매장 운영 등 동절기 행사·축제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상청 날씨정보시스템을 보면 12월 들어 지난 16일까지 서울과 대전·광주광역시의 평균 기온이 평년값보다 높았던 날은 모두 12일(75%)이었다. 충북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진 제천은 10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청주 지역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은 10일로 평년(16일)과 비교해 6일이나 적다.
서울시도 눈썰매장 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19일부터 운영하려던 한강공원 일원 여의도·뚝섬·잠원 눈썰매장 개장을 연기했다. 시 관계자는 “인공 눈 제설이 되지 않아, 기상 조건이 맞춰질 때까지 개장을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12월 20일이었던 눈썰매장 개장을 나흘 연기했었다. 대전시 동구는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던 상소문화공원 어린이 눈썰매장 개장을 일주일 연기했다.
1999년 개장한 전남 화순군 백아산눈썰매장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썰매장은 이달 초부터 인공눈 조성을 세 차례 시도했지만, 높은 기온 탓에 모두 실패했다. 썰매장 운영 초기엔 매년 12월 초부터 손님을 맞이했으나, 해가 갈수록 개장 날짜가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전북에 있는 한 눈썰매장은 올해 인공 눈 제설량이 많지 않아 슬로프 3개 중 2개만 운영하기로 했다. 경남의 한 스키장 관계자는 “개장을 일주일 앞뒀지만, 제설 두께를 예년의 60% 수준밖에 맞추지 못해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대전시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추위를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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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위 제설”, “강물 여러번 얼려 썰매장 조성”
이 와중에 빙상 시설 유지를 위해 묘수를 낸 곳도 있다. 대전관광공사는 엑스포 시민광장에서 19일 개장하는 눈썰매장의 슬로프 밑에 얼음을 깔았다. 김경회 대전관광공사 팀장은 “인공 눈이 녹지 않게 하려고, 냉동기를 돌려 슬로프 위에 얼음을 먼저 도포한 뒤 그 위에다 인공 눈을 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영동선 분천역 일대에 개장하는 ‘분천산타마을’은 올해 첫선을 보이는 대형 얼음썰매장(가로 20m, 세로 40m)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낙동강 변 공터에 굴삭기로 땅을 다진 뒤 비닐을 깔고, 조금씩 물을 부어 얼리고 다시 그 위로 물을 붓는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봉화군의 일 최저기온은 지난 15일 -6.8도, 16일 -6.1도, 17일 -4.3도 등으로 낮은 편이지만, 일 최고기온은 15일 4.4도, 16일 4.2도, 17일 7.2도 등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얼음이 빠르게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봉화축제관광재단 관계자는 “올해 처음 얼음스케이트장을 조성하는데 기온이 생각보다 높아 작업이 더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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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대구축제 1월로 연기
‘겨울 진객’ 대구 철을 맞아 매년 12월 치러지던 경남 거제시 대구 축제는 해를 넘겨 1월에 열린다. 거제시에 따르면 ‘제18회 대구수산물축제’는 다음 달 10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찬물(5~12도)을 좋아하는 대구어장은 매년 11월 말쯤 거제 앞바다에 형성되는데, 올해는 이상 기온과 고수온 등 영향에 11월 말까지 수온(16~17도)이 높아 축제를 미뤘다. 이 축제가 해를 넘겨 열리는 건 2005년 개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기상청은 성탄절을 앞둔 오는 23일~24일 역시 아침 기온은 -3~10도, 낮 기온은 5~15도로 평년(최저기온 -9~2도, 최고기온 2~10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청주·봉화·거제·화순=최종권·김정석·김민주·황희규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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