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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블록체인, 이제는 정책의 시간이다

머니투데이 소윤권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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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윤권 엔버스 대표.

소윤권 엔버스 대표.



2025년이 마무리돼가는 지금 한국의 블록체인산업은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블록체인은 더이상 가상자산 거래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결제, 송금, 자본시장, 실물자산 관리로 빠르게 확장된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결제와 금융 인프라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토큰증권(STO)은 주식·부동산·채권 등 전통자산을 재구성하는 도구로 주목받는다. 정부와 금융권, 빅테크들까지 관련 TF를 꾸리고 법제화를 논의하지만 산업현장의 체감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제도는 여전히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고 사업자들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망설인다.

해외 주요국의 접근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자산 토큰화를 제도권에 편입하며 금융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주식 토큰화를 허용하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전통금융과 디지털자산 기업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해 규제와 혁신의 균형을 모색한다. 일본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결제를 실사용 단계까지 끌어올렸고 유럽연합은 MiCA 규제를 통해 발행·유통·이용자 보호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금지'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혁신'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반면 한국은 핵심이슈마다 제도적 공백이 반복된다. STO법안은 국회 문턱에서 장기간 표류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의 지분구조와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논쟁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은 타당하지만 과도한 사전규제는 결과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해외 플랫폼에 국내 시장을 내주는 역설을 낳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고 말하는 현상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제 정책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법·제도는 '누가 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안전하게 작동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는 발행자격을 과도하게 제한하기보다 준비금 관리, 공시의무, 사고발생시 책임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둘째, 기술자립 전략이 필요하다. 결제와 토큰화 인프라가 해외 메인넷과 플랫폼에 종속될 경우 금융주권과 데이터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약화한다. 국산 퍼블릭 메인넷과 금융특화 메인넷에 대한 실증사업과 공공부문의 선제적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사회·문화적 합의 역시 필수다. 블록체인을 투기의 도구로만 인식하는 시선을 넘어 비용절감과 신뢰 자동화를 가능케 하는 공공인프라로 이해하는 사회적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한국 블록체인산업 생태계의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방향설정이 요구된다. 단순히 해외 사례를 따라가는 추격형 전략은 한계가 명확하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결제인프라, 모바일환경, 제조·콘텐츠산업과 블록체인을 결합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역화폐, 상품권, 해외송금, 중소기업 자금조달, 에너지 크레디트 등 생활밀착형 영역에서 STO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한다면 블록체인은 추상적 기술이 아니라 체감 가능한 경제인프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구조를 벗어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고민은 필수다.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STO는 단기유행이 아닌 금융과 산업구조를 재편할 신성장동력이다.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규칙을 정착시킨다면 우리나라는 디지털금융 시대에도 자본시장 경쟁력과 자국 통화 기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논쟁이 아니라 작동하는 제도와 실행의 용기다. 블록체인산업의 미래는 지금 우리의 정책선택에 달렸다. 이제는 정책의 시간이다.

소윤권 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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