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 고민’ 아빠도 출산 전도사로…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죠”

김소은씨 제공김소은씨 가족이 크리스마스 콘셉트로 찍은 사진. 엄광섭(왼쪽)씨가 하늘이(위)를 업은 채 푸른이(아래)를 안고 있다. 오른쪽은 첫째 해솔이를 안고 있는 김씨.

경기도 이천에 사는 김소은(34)·엄광섭(37)씨 가족에겐 ‘우연’이 많다. 딸 셋인 집에서 자란 아내 김씨는 오래전부터 ‘아이 셋은 낳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고 한다. 첫째 아들 해솔(9)에 이어 2019년 둘째를 기다리던 중, 병원 초음파 화면에 아기집이 두 개가 나타났다. 그것도 둘 다 아들. 쌍둥이 자매로 자란 김씨는 그렇게 쌍둥이 아들 푸른·하늘(5)이의 엄마가 됐다.

딸 셋 집과 아들 셋 집은 공기부터 다르다. 해솔이와 쌍둥이 푸른·하늘이 모두 활발한 덕분에 집에선 뛰고 구르고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아빠 엄씨가 퇴근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도 비슷하다. 아이 셋이 우르르 달려 나와 “아빠 다녀오셨어요!”라고 외친다. 엄씨에겐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5년 직장 스케이트보드 동아리에서 시작됐다. 새로 동아리에서 들어온 김씨(당시 24세)를 본 엄씨(당시 27세)는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적극적인 구애가 이어졌고, 그렇게 둘은 만난 지 1년 만에 일사천리로 결혼에 골인했다. 다만 자녀 계획에 대해선 두 사람 생각이 달랐다. 복닥복닥한 집을 원했던 김씨와 달리, 엄씨는 둘만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쪽이었다. 그런데 결혼 준비 중 해솔이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엄씨는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면서 인생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둘째 이야기가 나온 것은 해솔이가 30개월쯤 됐을 때였다. 원래 ‘한 명만 행복하게 키우자’던 아빠 엄씨가 말이 트이기 시작한 해솔이의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이 흔들렸다. 부부는 “이렇게 예쁜데 하나 더 낳으면 얼마나 더 예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러던 중 엄마 김씨의 설득이 통했고, 결국 부부는 둘째를 갖게 됐다. 김씨는 이번엔 딸일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첫째 임신 때와 느낌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9년 병원에서 초음파 화면을 본 순간, ‘헉’ 소리가 나왔다. 아기집이 두 개였고, 둘 다 아들이었다. 병원에서 이를 알게 되자마자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진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렇게 이듬해 일란성 쌍둥이인 푸른이와 하늘이가 태어났다.

아이 셋은 부부의 성격부터 일상까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내성적이던 김씨는 어느새 학부모 모임에서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됐다. 입사 초기엔 동료들에게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말을 들을 만큼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이제 에너지 넘치는 아이 셋을 챙기다 보니 뭐든 먼저 나서는 활동적인 성격이 됐다. 직설적이고 무뚝뚝한 편이던 엄씨 역시 달라졌다. 말수가 늘었고, 무엇보다 꼼꼼해졌다. 아이들 위생에 신경 쓰다 보니 청소라는 새 취미도 생겼다.

다섯 식구가 함께 즐기는 취미도 많다. 부부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주기적으로 가족사진을 남기는데, 촬영할 때마다 콘셉트가 있다. 엄씨가 촬영을 맡고, 김씨는 의상 준비와 사진 보정을 담당한다. 아이들의 몫은 ‘협조’. 주말이면 캠핑도 빠지지 않는다. 양평·가평·태안 등 전국 캠핑장을 돌며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굽는다. 이제는 아이들이 커서 망치질도 거든다. 아들 셋이 뭐든 손에 쥐면 ‘뚝딱뚝딱’이다.

김씨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가 배우는 게 적지 않다”고 했다. 아이들은 화가 나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엄마, 내가 미안해”라고 먼저 다가온다는 것이다. 엄마가 힘들어 보이면 “괜찮아?”라고 묻기도 한다. 아직 어린데도 이럴 때면 든든한 존재다. 부부에게 요즘 가장 보람찬 순간은 아이 셋이 함께 노는 모습을 지켜볼 때다. 동생들은 형 해솔이를 유난히 잘 따른다. 해솔이가 잠깐만 안 보여도 “형아 어디 있어, 놀자”라며 찾는다고 한다. 원래 ‘쿨한’ 성격이던 해솔이도 요즘은 동생들과 호흡이 척척 맞는다. 놀이터에 데려가 함께 뛰어놀 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팽이 놀이와 레고 블록 쌓기를 한다.

삼 형제가 부부에게 가져다준 또 다른 선물이 있다. 아이 셋을 키우며 부모와의 관계도 더 돈독해진 것이다. 엄마 김씨는 “아이를 낳고 나서야 비로소 부모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원래 김씨는 무뚝뚝한 딸. 살가운 성격도 아니었다. 예전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에 꺼내는 게 어색했지만, 표현이 풍부한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주 하게 됐다고 한다. ‘딩크’에 가까웠던 아빠 엄씨는 요즘 둘째를 가질지 고민하는 지인들에게 ‘낳으라’고 추천한다. 그는 “처음엔 육아를 희생이라고만 여겼는데, 지금은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란 생각”이라며 “가족이란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더 충실하게 살게 됐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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