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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통일부가 비군사적인 목적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자 유엔군사령부가 이례적으로 공식 성명까지 내며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엔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DMZ 구역에 대한 출입 통제는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혔다. 정전협정 1조 10항을 근거로, DMZ 내 민사 행정과 구호 활동도 유엔군 사령관의 권한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엔사, 여권의 DMZ 법안 추진에 이례적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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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화 조급증 대신 한·미 공조 원칙 다질 때
여당과 통일부가 비군사적인 목적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자 유엔군사령부가 이례적으로 공식 성명까지 내며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엔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DMZ 구역에 대한 출입 통제는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혔다. 정전협정 1조 10항을 근거로, DMZ 내 민사 행정과 구호 활동도 유엔군 사령관의 권한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이 군사적 성격의 협정인 만큼 유엔사가 비군사적 민간 출입까지 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DMZ 출입을 영토주권 문제로까지 연결하면서 여당 법안을 지지하자 유엔사가 성명 발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측 DMZ 출입은 유엔사가 일관되게 통제해 왔고, 이는 정전체제 유지의 핵심 축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유엔사가 대북 제재 저촉을 이유로 DMZ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불발된 사례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문 정부는 ‘유엔사 흔들기’에 나섰고, 북한 어민 강제 북송 당시엔 유엔사를 패싱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금 유엔사를 중심으로 한 정전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듯한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통일부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를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이라며 보이콧한 것이나, 국방부가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는 북한군에 대해 경고사격을 해야 할 경우 “상황 평가를 면밀히 하라”며 사실상의 ‘자제’ 지시를 한 것도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의 DMZ 출입 승인권 법안은 ‘조약(정전협정)과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 6조에 위배될 소지도 다분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일이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정책 추진이라는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18개 회원국의 즉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안보 채널이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유엔사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한편, 정전협정 유지와 집행을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하기로 했다. 당정의 일방적인 유엔사 역할 변경 추진은 SCM 합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한국이 한반도의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라 ‘피스 메이커’로 아예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발표 이후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북한은 현재 한국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당정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조급증을 내려놓고, 한·미 공조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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