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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의 시시각각] 백해룡 분란, 이 대통령이 정리해야

중앙일보 김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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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 논설위원

김원배 논설위원

세관 마약 반입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동부지검 검경 합동수사단에서 벌어지는 일은 국가 수사 시스템의 규율 붕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중간수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휘하는 합수단과 ‘의혹 폭로자’인 백해룡 경정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합수단은 “마약 반입 도움과 수사 외압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세관·경찰 공무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합수단 내 별도 수사팀을 이끄는 백 경정은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세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한쪽에선 무혐의, 다른 쪽에선 수사를 새로 하겠다고 하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7일 “막연한 추측 외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백 경정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했다. 백 경정은 이번엔 영장 신청서와 검찰의 반려 처분서까지 공개하며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임은정 지시 무시, 수사 자료 공개

검찰 “위법”…경찰은 조치 없어

항소 포기 반발 검사 강등과 대조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백 정정이 수사팀에 합류할 때부터 계속 잡음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서울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수사 서류 등을 공개하자 다시 자료를 내고 “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 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엄중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이 있는 만큼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절제해서 행사해야 한다. 새로운 단서도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임 지검장은 백 경정이 수사팀에 합류할 때 폭로자가 외압 의혹을 직접 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마약 유통 부분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백 경정은 마약 밀수범이나 유통책에 대한 수사를 통해 단서를 모아가기보다 외압 의혹에 집중했다. 그는 이번 의혹의 배후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개인 심증이나 추측을 드러낸 상태에서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 입증하겠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위험하다’는 말은 임 지검장이 백 경정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쓴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합수단의 수사 결과에 반발하면서 각종 수사 자료를 공개하는 행동은 단순한 공보규칙 위반을 넘어 위법 소지가 있다.

법무부는 대장동 항소 포기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검사장급인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고검 검사로 사실상 강등했고, 다른 간부들도 한직으로 보냈다. 그런데 위법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한 백 경정은 건재하다. 경찰 쪽에선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니 너무나 대조된다.


백 경정을 이대로 둘 것인가. 나아가 합수단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합수단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과 검찰의 사건 무마 은폐 의혹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했다.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이 성립하려면 대통령실을 통해 검찰·경찰·세관에 압력을 넣어 밀수꾼을 봐줘야 한다. 그런데 합수단의 수사 결과로 이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대대적인 수사를 한 만큼 관련된 단서가 나올 법도 한데, 그런 소식도 없다.

검찰의 사건 무마 의혹 부분은 서울동부지검이 백 경정이 신청한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영장 등을 반려하면서 “수긍하기 어려운 추측 외에는 근거 자료가 없다”고 명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백 경정의 자료 공개로 자연스럽게 드러난 내용이다. 그렇다면 합수단이 계속 수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업무보고에서 마약 검색 인력 부족을 언급한 이명구 관세청장에게 “얘기한 지 몇 달이 됐는데 왜 인력 보강이 안 됐나”라고 질타했다. 그런데 서울동부지검엔 25명 정도로 알려진 마약 수사 인력이 상당 부분 무혐의로 결론난 사건에 매달려 있다. 이젠 백 경정을 그 자리로 보낸 이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때다.

김원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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