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권력을 대변하지 않겠다.” 더불어민주당 추천을 받은 이숙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 5월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지난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기존 인권위 체제를 저격한 것이다. 그는 “계엄으로 국민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순간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직시하라”고 했다.
인권위가 민중기 특검팀 조사를 받다 숨진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A씨 사건에 대한 직권 조사를 벌이면서 이 위원의 발언을 다시 떠올렸다. 인권위는 A씨가 남긴 유서 21장과 함께 그의 가족과 친구, 특검팀 조사를 받은 양평군청 직원 등 30여 명을 조사했다. 유서에는 “군수가 시켰잖아” “협조해주면 봐줄게”라며 수사관이 진술을 강요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인권위가 확보한 특검 자체 감찰 자료에는 ‘조사실에서 고성이 들렸다’는 특검팀 직원의 진술도 있었다.
인권위 조사단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검 파견 경찰관 4명 중 1명은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나머지 3명은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상식적인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숙진 위원 등 여권 성향의 위원 3명은 인권위의 검찰 고발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유서 내용만으로는 인권 침해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해괴한 논리였다.
인권위가 민중기 특검팀 조사를 받다 숨진 경기 양평군청 공무원 A씨 사건에 대한 직권 조사를 벌이면서 이 위원의 발언을 다시 떠올렸다. 인권위는 A씨가 남긴 유서 21장과 함께 그의 가족과 친구, 특검팀 조사를 받은 양평군청 직원 등 30여 명을 조사했다. 유서에는 “군수가 시켰잖아” “협조해주면 봐줄게”라며 수사관이 진술을 강요한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인권위가 확보한 특검 자체 감찰 자료에는 ‘조사실에서 고성이 들렸다’는 특검팀 직원의 진술도 있었다.
인권위 조사단은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검 파견 경찰관 4명 중 1명은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나머지 3명은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상식적인 수순이었다. 그런데 이숙진 위원 등 여권 성향의 위원 3명은 인권위의 검찰 고발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유서 내용만으로는 인권 침해를 단정 짓기 어렵다”는 해괴한 논리였다.
이달 초 특검팀 수사관들은 비공개로 열린 인권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건 우리 쪽”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인권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강압 수사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처지인데도 당당했다고 한다. 기자가 그들이었어도 든든했을 것 같다. 명백히 ‘인권 침해’를 가리키는 유서와 관련 증언을 덮어두고 자기 편을 들어주는 인권위원이 3명이나 있으니 말이다.
이숙진∙소라미 위원은 인권위가 직권 조사를 하는 것조차 반대했다. 자신들을 추천·임명한 진영의 눈치를 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국민 인권 ‘최후의 보루’여야 할 인권위원이 이 사안에 대해선 유독 수동적이고 둔감하며 무관심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들 말대로 유서 내용만으로 판정할 수 없다면 더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책무를 망각한 것 아닌가.
인권위원 출신인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인권위가 독립성을 잃었다”고 일갈했다. 역설적으로, 이 말에 공감한다. 고발에 반대한 위원들의 당파성과 편향성이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이다. 인권위법은 ‘위원회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독립’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힘 있는 권력을 대변하지 않겠다”던 이숙진 위원에게 묻고 싶다. 그 당당하던 취임 일성은 어디로 가고, 왜 힘 있는 특검팀의 방패를 자처하는가. 인권위원의 존재 이유가 무력화될 때 국민은 누굴 믿고 기댈 수 있는가.
[조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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