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과 닭은 다르다. 한자 표기도 앞은 치(雉), 뒤는 계(鷄)다. 그러나 들에서 사는 꿩을 중국에서는 야계(野鷄)라고 적는다. 이 단어는 마지막 왕조였던 청대(淸代)에 이르러 몸을 파는 기생(妓生)이라는 뜻도 얻는다.
꿩을 꿩이라고 못 부르는 중국만의 이유가 있다. 권력자나 어르신의 이름 글자를 피해 적으려고 했던 피휘(避諱)라는 전통 탓이다. 한(漢)을 세운 유방(劉邦)의 아내 여태후(呂太后)의 이름이 여치(呂雉)여서 고안한 단어가 ‘야계’다.
음력 1월을 정월(正月)이라고 적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본래는 임금이 신하들과 첫 인사를 나눈다고 해서 정월(政月)이었다. 그러나 진시황의 이름 영정(嬴政)을 피해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생각해 낸 글자가 정(正)이다.
당나라 태종의 성명은 이세민(李世民)이었으나 정부 산하 6부 중 민부(民部)가 마음에 걸렸다. 황제의 이름을 부르고 적는 것이 민망해 사람들은 결국 새 부서 명칭인 호부(戶部)를 만든다. 청나라 때까지 줄곧 쓴 이름이다.
달에 산다는 전설의 여인 이름은 본래 항아(恒娥)였으나 뒤에 상아(嫦娥)나 항아(姮娥)로 바뀐다. 한(漢)나라 문제(文帝) 유항(劉恒)의 이름을 피하기 위해 빚어진 혼선이다. 권력자 모시기에 매우 열중하는 현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중국 최고 권력자 시진핑의 성은 습(習)이다. 잘 활용한 면도 있다. 학습강국(學習强國)이라는 모바일 앱 이름이다. ‘학습’을 ‘시진핑 따라 배우자’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이 더 세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음력 마지막 날은 중국인에게 제석(除夕)이라는 명절이다. 그러나 발음이 ‘시진핑 제거[除習]’를 뜻해 지난해부터 이 명절 휴가를 없앴다. 올해는 이를 되돌릴 모양이다. 정부의 혼선을 두고 사람들은 악습(惡習)이나 누습(陋習)이란 단어를 더 떠올릴지 모른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더보기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