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구성원 김은정,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 5명이 모두 김씨여서 '팀 킴(Team Kim)' 으로 불렸다. /조선일보DB |
기자 일을 하며 한국 뉴스를 영문으로 작성할 때 가끔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상황을 가정해 보자. 김길동 범죄의 담당 검사는 김철수, 판사는 김영식이다. 영문 기사에서는 대개 처음 한 번 이름 전체를 언급하고 나머지 부분에선 성(姓)만 사용한다. 이렇게 많은 김씨가 등장하는 기사를 영문으로 작성하는 일은 고역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
한국인 이름은 다양하나 인구 대비 성은 적은 듯하다. 김·이·박 등 압도적으로 많은 성씨도 있다. 혈연 중심 씨족 사회가 한국의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1066년 노르만족에게 정복당하기 전까지 잉글랜드에는 성씨 개념이 없었다. 새롭게 등장한 프랑스 통치자들은 이를 매우 이상하게 여기고 즉시 상황을 바꿔 나갔다. 많은 사람이 직업을 성으로 선택했고 빵을 만드는 에드워드는 Edward Baker(제빵사)로, 대장장이 존은 John Smith(대장장이)가 됐다. 이런 유래는 시간이 흐르며 잊혀졌다. 즉, 베이커 씨에게 가문의 유래를 묻거나, 친척 중 누군가 제빵사였냐고 물으면 어리둥절해할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 '킬트'에는 클랜을 상징하는 고유한 체크무늬가 사용된다. |
다른 일부는 집의 위치로 자신을 구별했다. 언덕 위에 사는 해롤드는 Harold Hill(언덕), 숲 근처에 사는 엠마는 Emma Wood(숲)가 됐다. 하지만 이런 유래를 가진 성씨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소멸했다. 그러나 영국인들에게도 동성 문중 개념이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스코틀랜드의 씨족 제도인 클랜(clan)은 한국의 문중과 여러 유사점이 있고, 왜 많은 스코틀랜드인이 같은 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클랜은 맥도널드, 캠벨, 스튜어트, 맥그리거 등이 있는데 만약 이런 성을 가진 이를 만나게 된다면 그들은 스코틀랜드인일 확률이 높고, 그들 가족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다.
한국 문중과 다른 점은 클랜은 완전히 부계 중심 혈연 관계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어느 족장 영토에서 거주했느냐에 따라 같은 클랜의 공동체 구성원이 되기도 했다. 영국인을 만난다면 성씨에 대한 질문으로 그들을 혼란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최소한 스코틀랜드에서만은 한국의 본관에 해당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완공된 후 런던의 명물로 자리잡은 초대형 회전 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 |
“The World of Differences Between English and Korean Surnames
”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5분 칼럼' 더보기
[런던=팀 알퍼 칼럼니스트]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