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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60] 오래 살고 볼 일

조선일보 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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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에는 버그가 필요해요. 너무 매끄럽고 완벽하고

‘좋아요’만 누르는 이 시스템에 (…) 에러를 내는 버그.

—AI 신해철이 진행하는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 중에서

고 신해철이 진행한 '고스트스테이션'. 이곳에서 '마왕'이라는 별칭이 탄생했다. /조선일보DB

고 신해철이 진행한 '고스트스테이션'. 이곳에서 '마왕'이라는 별칭이 탄생했다. /조선일보DB


AI가 흉내 낸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목소리란 인간 개인의 신체와 그가 살아낸 시간의 종합이다. 언뜻 단순한 것 같지만 실은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게 목소리 아닌가. 하물며 장난기와 독기가 동시에 어린 신해철의 목소리라니! 그럼에도 저 방송을 들은 것은 동생의 추천 때문이었다. “가짜인데도 위로가 됨”이라는, 동생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듯한 문자를 보고 어떻게 들어보지 않을 수 있었겠나.

결과적으로 나도 울컥하고 말았다. “살아 있는 사람은 겁나서 못하는 말”, 그걸 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는 자신이 이미 죽었으니 그 일에 최적임자라고 했다. AI라서 가능한 희생 아닌 희생에서 어떤 숭고함마저 느끼다니, 정말이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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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시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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