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직원은 900명인데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1200개가 넘습니다. 사람들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걸 좋아합니다. 신나는 일이고, 마치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하지만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건 불편해합니다.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 최고경영자(CEO)의 이러한 토로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 선도 제약사, 금융기관, 대형 인프라 기업, 심지어 경영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산업을 불문하고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다. 은행들은 수백 개의 디지털 프로젝트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소비재 기업들은 ‘우선 과제’라는 명목하에 수십 개의 프로젝트에 한정된 혁신 인력을 분산시킨다. 보건·생명과학 기업들 역시 효용 가치가 없는 연구를 관성적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든 일단 시작하고 보는 강박은 비효율을 넘어 전략적으로도 위험하다. 비대해진 포트폴리오는 자원을 분산시키고,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며, 조직이 진정으로 변화를 주도할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해법은 간단하다. 프로젝트를 더 만들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그 필요성은 알지만,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해한다는 점이다.
조직이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관리하며, 궁극적으로 과감히 중단할 수 있게 돕는 첫 번째 원칙은 프로젝트 지속 여부를 ‘의식적 선택’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글로벌 식품기업은 프로젝트 검토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담당자가 성과표를 제시하며 의례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보고하던 관행을 없앤 것이다. 그 대신 경영진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오늘 이 프로젝트를 이사회에 처음 제안한다고 가정해도 여전히 추진을 권하겠습니까?” 이 질문은 담당자가 과거의 노력을 합리화하는 대신, 투자자의 관점에서 미래 가치를 냉정하게 따져 보게 만들었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전체 프로젝트의 20%가 중단되거나 대폭 재조정됐고, 확보된 여력으로 수년간 미뤄 왔던 디지털 역량 강화에 수백만 달러를 새로 투입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모든 아이디어를 정식 프로젝트로 취급해선 안 된다. 많은 조직이 습관적으로 너무 많은 기회를 섣불리 프로젝트로 승격시킨다. 그 결과 포트폴리오는 가볍게 시험해 보거나 진작 폐기했어야 할 과제들로 가득 차게 된다. 한 보건·생명과학 기업은 소규모 팀을 꾸려 새로운 기회를 30∼60일 동안만 탐색하게 했다. 이 팀의 임무는 명확했다. 아이디어가 정식 프로젝트가 되기 전에 전략적 타당성과 잠재력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초기 검토 후 약 40%의 아이디어가 폐기되면서 수천 시간을 절약했고, 조직은 비로소 고부가가치 과제에 집중할 수 있었다.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기간을 설정하는, 이른바 ‘타임박스’ 방식도 도움이 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는 조직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늪과 같다. 매몰 비용에 대한 미련을 키워 조직을 낡은 우선순위에 묶어두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 에너지 기업은 모든 신규 과제를 3∼6개월 단위로 설계하고, 각 주기가 끝날 때마다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이 방식 덕분에 임원들은 “이번 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이제 자원을 다른 곳에 투입합니다”라고 부담 없이 선언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접근법은 회사에 놀라운 민첩성을 부여했다. 실제로 규제 변화로 고객 행동이 급변했을 때, 이 기업은 불과 몇 주 만에 투자를 재배치할 수 있었다. 예전처럼 수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 체제였다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다른 한편, 부실한 프로젝트는 조기에 식별해야 한다. 가망 없는 프로젝트일수록 오래 끌면 중단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성과가 뛰어난 조직은 자원이 본격적으로 소모되기 전에 부실 경고를 조기에 감지한다. 유럽의 한 중견 바이오테크 기업은 세 가지 조기 경보 신호를 활용했다. 주요 회의에 후원자의 참석률이 떨어지거나 일정이 반복적으로 재조정되거나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줄어드는 경우였다. 프로젝트에서 이 중 두 가지 신호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지속 여부 검토’ 절차에 회부됐다. 이 자리에서 리더들은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입증해야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전체 프로젝트의 약 15%가 조기 중단됐고, 새로운 전략 과제에 투입할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과감히 정리하고 간소화할 때 변화는 빨라지고, 전략은 더 신속하게 달성되며, 구성원들은 더 의욕적으로 생산성을 발휘하게 된다. 진정한 성과는 의미 없는 일을 멈추고, 정말 중요한 일에 치열하게 집중하는 데서 나온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프로젝트를 줄여야 성과가 보인다’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안토니오 니에토로드리게스 프로젝트앤드컴퍼니 CEO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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