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총력 대응에도 환율 불안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없다. 원·달러 환율은 그제 장중 한때 달러당 1480원을 8개월 만에 돌파한 데 이어 어제 1478.3원(주간 종가)을 기록했다. 마지노선인 1500원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성장과 물가, 양극화 측면의 위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가 신통치 않아 걱정스럽다.
정부는 환율 방어에 국민연금 투입도 모자라 규제 완화 카드까지 꺼냈다. 기획재정부 등이 어제 발표한 외화건전성 방안은 은행과 기업 등에 적용하던 외화규제를 풀어 달러 공급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은행들은 위기에 대비해 충분한 달러를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데(스트레스 테스트) 내년 6월 말까지 관련 제재를 받지 않는다. 기업들도 해외에서 달러를 빌려 설비자금뿐 아니라 운영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이 정도로는 원화 약세 흐름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미 금리 역전이 오래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과 개인 가릴 것 없이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와 3500억달러의 대미투자 등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 대책이 외려 은행과 기업의 달러 빚만 키워 더 큰 위기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고환율은 외풍에 취약한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물가가 다락같이 올라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이 팍팍해지고 내수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환율 상승은 수출 호재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채산성이 나빠진다. 저성장과 물가 앙등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로 다가오지 말란 법이 없다. 자칫 민생이 벼랑에 몰릴 수도 있다. 이 총재는 고환율로 이익 또는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사회적 화합이 어려워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환율의 급변동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과 같은 단기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은행, 기업의 팔을 비트는 식의 ‘관치’로는 환율 안정을 기약하기 힘들다. 근본 해법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구조개혁을 서두르고 돈 풀기도 자제해야 한다. 환율 불안이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재정과 통화, 산업 등을 아우르는 정교한 대책도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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