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그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카페·식당 등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유상 구매로 전환하는 방안을 연내 발표할 ‘탈(脫)플라스틱 종합대책’에 담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불편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가칭 ‘컵 따로 계산제’로 개편하겠다”며 “컵 가격을 내재화하고 다회용컵 인센티브와 연계해 플라스틱을 원천 감량하겠다”고 보고했다. 컵 가격은 생산원가를 반영한 100~200원 수준의 최저 가격 설정이 검토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는 고객 요청 시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자칫 행정 편의적 규제로 업계 혼란과 소비자 부담만 키울까 우려스럽다.
앞서 문재인정부도 카페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 컵에 받으려면 보증금(300원)을 내고, 컵을 매장에 되돌려주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했다. 2022년 12월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시행됐지만 이후 윤석열정부 들어 전국에 확대하지 않기로 하며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싸움이 난다”며 현장 수용성과 실효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환경을 생각한 취지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환경 문제의 책임을 업계와 소비자에게만 전가해서는 곤란하다. 업계 입장에서는 빠른 회전과 매출,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소비 패턴도 테이크 아웃 문화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100∼200원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개인 텀블러 등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무늬만 환경 정책일 뿐 사실상 자영업자를 옥죄는 규제나 다름없다.
컵 따로 계산제의 도입은 법 개정과 업계 준비시간 등을 따져볼 때 2027년 전후로 예상된다. 과거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곤두박질친 지 오래다. 포장재 쓰레기 감소 명목으로 묶음상품 할인판매를 금지했다가 시장 반발로 무산된 전례도 있다. 정책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는 탁상행정은 업계·시민 불편만 키울 게 뻔하다. 컵 비용이 음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지도 모른다. 소비자·업계에게 불이익을 강요하기보다는 다회용기 사용 혜택 강화 등 선택권을 늘리고 일회용품 재활용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정책 우선순위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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