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제작한 광주공항 무안공항 통합 홍보물. 광주시 제공. |
정부·광주·전남 등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협의체’가 지난 17일 “2027년 광주 공항을 전남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고 명칭을 김대중 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이름이 바뀐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과 서남권 관문 공항의 위상을 결합해 세계적인 공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명칭 변경의 배경인 듯하다.
‘김대중 공항’은 공공물 명칭 기준, 김대중 정신 계승, 지역주의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질문을 꺼내들었다. 공공시설에 특정 인물 이름을 붙이는 일은 명명을 넘어 한 사회가 그 인물을 공공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걸고 지켰던 민주·평화·인권 정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김대중 공항’은 그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홍준표 전 대구지사가 동대구역에 추진한 ‘박정희 광장’이 지역사회 찬반 논란부터 일으킨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박정희라는 이름은 산업화와 독재라는 분열선이 분명하고, 국가폭력·민주주의 훼손이라는 역사적 과(過)가 큰 인물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곳에서 박정희 독재의 기억을 기리라는 말이냐”는 시민들 분노가 생생하다.
해외에선 공항·도로 등 이름에 역사적 인물을 많이 세운다. 미국의 JFK 공항,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이 있고,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나 넬슨 만델라도 도로명에 많이 등장한다. 다만 김대중 정신의 역사적 유산과 정신을 ‘김대중 공항’으로 호출하는 건 쟁론도 불러올 수 있다. 유명 인사의 이름을 붙이는 순간, 공공시설의 공공성은 정치적 해석과 부담을 안게 된다. 지역주의 잔재부터 넘어갈 벽이다. 이미 대구에선 “우리도 ‘박정희 공항’을 만들자”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공공시설은 한 사회의 민주주의가 축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신’이 대한민국 사회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때 ‘김대중 공항’의 민주주의도 넓고 깊어질 것이다. 그럴 역사적 평가와 집단지성은 충분히 쌓였다. 이처럼 서두르지 않고 세월의 풍화를 기다렸던 것. 김대중 정신이다.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