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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리틀 베네치아

매일경제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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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년, 스페인에서 출발한 아메리고 베스푸치 원정대는 대서양을 건너 카리브해에 인접한 마라카이보 호수에 도착했다. 그는 원주민들이 물 위에 기둥을 세워 지은 수상가옥을 보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후 이곳은 스페인어 'Venezia'(베네치아)와 'uela'(작음을 뜻하는 접미사)가 결합한 '리틀 베네치아'(베네수엘라)로 유럽에 알려졌다.

카리브해와 담수가 섞인 마라카이보는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오래전부터 원주민들은 주변 땅에서 불이 붙는 검은 액체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얘기를 전해들은 영국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은 1914년 '수마케 1호' 유전 개발에 성공한다. 이후 베네수엘라는 '석유 국가'로 본격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1930년대 이후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의 대부분은 영국·네덜란드·미국 등 세 나라의 석유기업들이 장악했다.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외국 기업이 너무 많은 이익을 빼앗아 갔다"며 강제 수용을 통해 생산량의 60% 이상을 국유화했다. 현재는 베네수엘라 국영기업 'PDVSA'의 시추 활동이 활발하다.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오가는 모든 유조선의 봉쇄를 명령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주요 수입원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는 소셜네트워크에 "도난당한 우리 자산과 테러, 마약 밀수 등의 이유로 베네수엘라 정권은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다"며 "미국에서 훔쳐 간 석유·토지·자산을 반환할 때까지 봉쇄를 명령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마두로는 "우리 정부를 전복시키고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인 OPEC 회원국의 석유 자원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차질 없이 원유 수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혀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의 진짜 목적이 좌파정권 마두로의 퇴진인지, 석유 장악인지, 마약 유입 차단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과거 쿠바와 이란도 미국의 봉쇄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앞으로 양국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서찬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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