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코앞인데" 2차전지 개미들 또 곡소리...공매도 잔고 '쑥'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 상위 종목/그래픽=김지영

미국 완성차 제조사 포드와 LG에너지솔루션 사이 대형 공급계약이 무산되며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공매도 잔고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시장에서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기대감에 힘입어 반등세를 보였던 주가가 되돌림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2차전지 소재회사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퓨처엠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5910억원으로 한미반도체(7095억원) 뒤를 이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지난달 초 포스코퓨처엠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4517억원으로 한달 사이 31% 가량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의 뒤를 이어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이 많은 종목은 2차전지 완제품 제조사 삼성SDI로 나타났다. 삼성SDI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지난달 초 4904억원에서 4% 늘어난 5119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이 가장 높았던 에코프로는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이 같은 기간 6508억원에서 6% 늘어난 6870억원으로 증가했고 두번째로 높았던 에코프로비엠도 5159억원에서 5708억원으로 11% 늘었다.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올해 상반기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2차전지 업종은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였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AI(인공지능) 투자를 확대하며 데이터센터와 전력기기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확대 기대가 주가 반등 배경으로 작용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10월27일 장중 26만원까지 오르며 주가가 5개월만에 172% 상승했다. 삼성SDI도 지난달 4일 장중 35만4500원까지 오르며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이 124%로 집계됐고 에코프로도 지난 10일 장중 12만1600원까지 오르며 지난 5월 대비 주가가 222% 증가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업종의 반등을 두고 그간 업황이 우호적으로 전환되며 나타난 구조적 반등이라기 보다 그간 소외된 업종에 대한 순환매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월30일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종료되며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000달러 상당 보조금을 제공하던 혜택이 사라졌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NADA(미국 전국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차는 신차 판매의 5.1%를 차지해 9월(11.3%) 대비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이 가운데 전날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로부터 지난해 체결했던 9조6030억원 규모 공급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날 삼성증권은 계약 해지 영향을 반영해 LG에너지솔루션 목표주가를 55만원에서 48만원으로 하향하고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급계약 해지 규모가 적지 않은데다 2차전지 업체들 이익에서 전기차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심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조금이 사라져 미국 시장에서 내년에도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2차전지 업체들 수익성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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