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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트럼프 "한번도 본적 없는 호황"…승부수는 '현금 살포'?

중앙일보 강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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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세를 보이는 경제로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국으로 생중계 된 대국민 연설의 상당 부분을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그러면서 내년 봄 대대적 감세를 통한 “사상 최대 규모의 환급”을 약속했다. 정권 장악력을 결정하게 될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둔 시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진행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백악관 내부에 설치된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적인 동판을 설치했다. 전임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자리엔 사진 대신 '오토펜'의 사진과 함께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란 설명이 담겼다. 해당 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진행된 17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백악관 내부에 설치된 '대통령 명예의 거리'에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적인 동판을 설치했다. 전임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자리엔 사진 대신 '오토펜'의 사진과 함께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란 설명이 담겼다. 해당 문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1년째 ‘바이든 탓’…“상상하지 못한 성과 이뤄”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부터 ‘바이든 탓’으로 연설을 채웠다. 그는 “11개월 전 우리는 난장판을 물려받았다”며 “인플레이션은 48년 만에 최악이었고, 국경은 개방돼 교도소와 정신병원을 탈출한 2500만명의 ‘군대’의 침범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장면이 TV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장면이 TV 모니터에 송출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는 모두 바이든 정부가 허용한 일”이라며 “내부자, 불법 체류자, 직업적 범죄자, 로비스트, 수감자, 테러리스트를 비롯해 무엇보다 미국을 이용했던 외국만을 위해 싸우는 정치인들이 통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불과 1년만에 우리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성과를 이뤘다”며 “지난 7개월 동안 단 한 명의 불법 이민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피에 굶주린 외국의 마약 카르텔을 박멸했다”고 자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초피에 위치한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로 불리는 임시 이민자 구금 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해당 시설 주변은 악어 서식지로, 이곳에 구금 시설을 설치한 것을 놓고 인권유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오초피에 위치한 '앨리게이터 알카트라즈'로 불리는 임시 이민자 구금 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해당 시설 주변은 악어 서식지로, 이곳에 구금 시설을 설치한 것을 놓고 인권유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CNN은 “바이든이 물러난지 331일이 지났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대선 때처럼 경제난의 책임을 전임자에게 전가했다”며 “그러나 내년 선거는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승전‘이민자’…“모든 문제는 이민자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물가, 일자리 부족, 복지비용 증가, 주거비 상승 등 사실상 모든 부정적 상황의 원인이 불법이민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43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인 현장에서 연방 요원들의 급습으로 475명이 체포된 가운데, 약 300명의 한국인이 포함된 구금자들이 수갑이 채워지기 전 버스 앞에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43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인 현장에서 연방 요원들의 급습으로 475명이 체포된 가운데, 약 300명의 한국인이 포함된 구금자들이 수갑이 채워지기 전 버스 앞에 세워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바이든 정부는) 폭력적 중범죄자들을 풀어 무고한 사람들을 노리게 했고, 전쟁을 일으켰고, 혼란을 야기했다”며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응급실을 점령해 무료 의료와 교육을 누리는 모든 비용을 미국의 납세자들이 부담했다”고 말했다.

주거비에 대해서도 “수백만명의 이민자들에게 세금으로 주택을 제공하면서 임대료와 주택 비용이 급등했다”고 했다. 특히 “소말리아인들이 경제를 장악하고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를 훔쳐갔다”며 소말리아 커뮤니티가 위치한 미네소타를 직접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연설은 '골든 타임'인 오후 9시에 편성돼 전국에 생중계 됐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연설은 '골든 타임'인 오후 9시에 편성돼 전국에 생중계 됐다. AP=연합뉴스





자화자찬…방송사는 ‘자료’ 송출 거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방송사의 ‘골든 타임’에 편성되면서 18분으로 제한됐다. 그 바람에 그는 평소와 달리 스크립트를 응시하며 빠른 속도로 연설을 이어갔다. 특히 자신의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과정에선 구체적 숫자를 강조해 읽었다.

지난 10월 18일(현지시간)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 도중, 최루가스가 뿌려지는 가운데 이민세관집행국(ICE) 시설 밖에서 한 사람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18일(현지시간)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 시위 도중, 최루가스가 뿌려지는 가운데 이민세관집행국(ICE) 시설 밖에서 한 사람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때 자동차는 22%, 휘발유는 30~50%, 호텔 요금은 37%, 항공권은 31% 급등했다”며 “하지만 추수감사절 칠면조 가격은 33% 하락했고, 달걀 가격은 3월 이후 82% 떨어졌으며, 다른 모든 물가도 급속히 떨어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 노동자 임금은 (이전보다) 1300달러가 올랐고, 건설 노동자는 1800달러, 광부들은 3300달러의 임금 인상을 경험했다”며 “임금이 물가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얼마나 큰 변화인가”라고 자문했다.

백악관은 이날 관련 자료를 방송사에 사전에 제공하고 관련 발언 중 노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요 매체들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자료 송출을 거부했다. 보수 성향의 폭스도 출처를 ‘백악관’이라고 명기하고 일부만을 노출시켰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시리아 공격으로 사망한 아이오와 주방위군 병사 2명과 민간 통역사의 유해 송환식에서 참석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작전 중에 숨진 미군 전사자의 시신의 귀환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집권 2기 출범(1월20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시리아 공격으로 사망한 아이오와 주방위군 병사 2명과 민간 통역사의 유해 송환식에서 참석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작전 중에 숨진 미군 전사자의 시신의 귀환 행사에 참석한 것은 집권 2기 출범(1월20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8조 달러(약 2경 6602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연설 중에도 해당 수치가 9조 6000억 달러(약 1경 4187조 원)로 표기돼 있었고, 갤런당 2.5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한 평균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3달러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승부수는 ‘돈 풀기’?…“한번도 본적 없는 호황”



이날 대국민 연설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는 대규모 감세(減稅)를 비롯한 일종의 ‘현금 살포’였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관세 덕분에 내년에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 가정은 연간 1만~1만 2000 달러를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봄은 사상 최대 규모의 ‘환급 시즌’”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세수 호황으로 145만명의 군인에게 크리스마스 이전에 미국의 독립 선언이 이뤄진 1776년을 상징하는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warrior dividend)을 지급한다”며 “수표는 이미 (군인들에게) 발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내년 5월 취임할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관련 “대폭적 금리 인하를 믿는 사람이 (의장으로) 곧 발표될 것”이라며 “새해 초부터 주택담보대출 부담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제 호황을 맞이할 것”이라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 그 어느 때보다 존중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70% 생활비 감당 불가”…역대 최고 수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이날 PBS와 NPR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6%에 그쳤다. 트럼프 1·2기를 통틀어 가장 낮고, 2022년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 기록했던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같은 수치다.


특히 응답자의 70%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해당 기관이 관련 질문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물가가 감당할만한 수준이란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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