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의 미국의 소리(VOA) 방송 사무실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구조조정 여파로 서비스가 중단됐던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한국어 서비스가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것으로 나타났다.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敵國)인 일본·독일의 선전에 대응해 방송을 시작한 VOA는 50여 언어로 전 세계 3억명 이상에게 방송을 해왔다. 트럼프가 ‘최소한의 인력·기능 유지’를 명시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지난 3월 이후 방송이 중단됐고, 이후 법원이 행정명령이 위법이라 판시했지만 합당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북 방송도 지난 9월부터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OA 한국어 홈페이지를 보면 미국, 한반도, 한미 관계 등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지난 10일부터 기사로 다루고 있다. 17일엔 고려아연의 테네시주(州) 제련소 건설, 한국·일본 등 주요 우방이 참석한 공급망 이니셔티브 ‘팍스 실리카’ 출범 소식 등을 다뤘다.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3000만 달러 규모 해킹 사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180일 수사 종료 등 국내 소식에 관한 기사도 보인다. 오디오 뉴스 프로그램인 ‘VOA 한국어’도 16일 부터 재개됐다. 다만 기사 끝에 붙는 기자 이름인 ‘바이라인(By Line)’은 보이지 않는데, 구조조정 여파로 VOA에 근무하고 있던 대다수 인원이 해고된 상황이다.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DC의 미국의 소리(VOA) 방송 사무실 앞 주차장이 텅 빈 모습.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이런 가운데 지난 8월부터는 VOA가 송출하는 대북 방송이 일부 재개된 사실이 알려졌다. VOA를 관장하는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캐리 레이크 대표 대행이 법원에 출석해 이같이 밝힌 것인데, 그는 “현재 일부 대북 방송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을 재개한 이유를 묻자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바탕으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며 “(게시글이 무엇인지) 정확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에서 발생한 일에 관한 비판적인 것, 대한민국 지도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가 지난 8월 25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회담 직전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 같다”고 언급한 ‘트루스 소셜’ 글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VOA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역시 직격탄을 맞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더불어 대북 정보 유입, 민주주의 가치 전파에 첨병 역할을 해왔다. 의회에서는 미국이 중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 기관에 대한 예산을 계속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공화 할 것 없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워싱턴 DC의 인권 전문가인 올리비아 이노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미 정부가 RFA 등을 폐쇄하면 권위주의 국가들이 선전으로 그 공백을 메우려 할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전략적 우위를 포기하는 것은 실수”라고 했다.
1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한국어 서비스가 일부 재개된 모습. /VOA 홈페이지 |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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