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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진주만 공습을 예견했다가 해임된 제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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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진주만 공습과 “내가 말했잖아!(I-Told-You- So!)”- 2

1938년 미 해군 항해국(현 인사국) 국장 시절의 제임스 리처드슨 소장. 그는 태평양함대 사령부의 하와이 이전에 반발하다 공습 10개월 전 보직 해임됐다. history.navy.mil

1938년 미 해군 항해국(현 인사국) 국장 시절의 제임스 리처드슨 소장. 그는 태평양함대 사령부의 하와이 이전에 반발하다 공습 10개월 전 보직 해임됐다. history.navy.mil


(이어서) 진주만 공습으로 참혹한 희생을 치렀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그 덕에 자신들의 바람, 즉 미국 참전의 명분을 얻었다. 사령부 이전(移轉)의 전술적 위험에 대한 군 지휘관의 판단을 무시했던 루스벨트는 자신의 흑역사가 될 수 있었던 공습 직후 비장하고도 감동적인 대국민 연설, 즉 참전-복수 선언으로 전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획득했다.
군 통수권자의 뜻을 거스르며 소신을 고수했던 제임스 리처드슨의 탁월한 군사적 혜안도 물론 재조명됐다. 이를테면 그는 영어권 사회에서 관용구처럼 쓰이는 "I-Told-You-So!" 즉 “내가 경고했잖아!”의 상징적인 사례였다.

개인과 집단의 행-불행을 가른 ‘I-Told-You-So!’의 사례는 신화와 역사, 개인의 회고록 속에 무척 흔하게 등장한다. 트로이의 목마를 경계했던 카산드라의 예언, 타이타닉 호의 갑판 공간 활용과 초호화 유람선의 미적 위용을 해칠 수 있다며 선사 측이 묵살했던 구명보트 확충 건의,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참사 당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고무 패킹 경화-기화 연료 누출 가능성도 발사 전 로켓 부스터 제작사 엔지니어들에 의해 제기됐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역사는 한 사건에서 맞섰던 두 영웅을 함께 기리는 데 대체로 인색하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난 리처드슨은 후방 자문기구인 ‘해군 일반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돼 행정 및 형식적 정책자문역으로 복무하다 이듬해 10월 퇴역, 참전 군인과 가족을 돕는 자선기관인 해군구호협회 장을 지냈고, 진주만 피습 진상 조사위원회 증인 및 국방 재편 합동참모위원회 위원 등으로 일했다.

1999년 5월 미 상원은 키멀과 쇼트의 명예를 회복하고 계급을 복원해야 한다는 구속력 없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결의안 주요 발의자였던 스트롬 서먼드 공화당 상원의원은 키멀과 쇼트를 “진주만의 마지막 두 희생자”라고 칭했다. 하지만 당시 빌 클린턴 정부는 물론이고 이후 어느 정부도 그 결의를 존중하지 않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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