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12월 18일, 나는 미국 버지니아 해변에 서 있다. 1619년 아프리카 흑인들이 네덜란드 선박에 실려 영국 식민지인 미국 땅에 처음 도착했던 그 지점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간 오늘, 수정헌법 제13조의 비준 완료가 선포돼 미국 전역에서 노예제 폐지가 효력을 발휘했다. 경제적, 정치적 이득 다툼이 남북전쟁의 진짜 원인이라고들 하며, 애초에 링컨이 적극적인 노예 해방론자가 아니었던 것도 맞다.
그는 남부의 반란 주들이 100일 이내에 미 연방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켜버리겠다고 선언했으니, 이는 남부 반란 주들이 투항하면 노예제가 존속될 수도 있다는 조건 제시와 같았다. 링컨은 미국의 쪼개짐을 막는 게 지상과제였다. 하여, 미국 노예 해방의 천부인권적 진정성은 가짜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몇 가지 사실로 전체적인 진실을 부정하는 꼴이다.
역사는 단순하지 않아서, 북부에도 노예제 찬성자가 있었고 남부에도 노예제 반대자가 있었다. 1852년 출간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금서가 된 남부에서조차 노예제에 큰 위협이었다. 키가 193㎝인 링컨은 스토 부인을 처음 만나서 말했다. “작은 여인이 이 거대한 남북전쟁을 일으켰군요.” 스토의 아버지는 목사이자 신학교 교장이었으나 급진적 노예제 폐지에는 미온적이었다.
그는 남부의 반란 주들이 100일 이내에 미 연방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흑인 노예들을 해방시켜버리겠다고 선언했으니, 이는 남부 반란 주들이 투항하면 노예제가 존속될 수도 있다는 조건 제시와 같았다. 링컨은 미국의 쪼개짐을 막는 게 지상과제였다. 하여, 미국 노예 해방의 천부인권적 진정성은 가짜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몇 가지 사실로 전체적인 진실을 부정하는 꼴이다.
역사는 단순하지 않아서, 북부에도 노예제 찬성자가 있었고 남부에도 노예제 반대자가 있었다. 1852년 출간된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금서가 된 남부에서조차 노예제에 큰 위협이었다. 키가 193㎝인 링컨은 스토 부인을 처음 만나서 말했다. “작은 여인이 이 거대한 남북전쟁을 일으켰군요.” 스토의 아버지는 목사이자 신학교 교장이었으나 급진적 노예제 폐지에는 미온적이었다.
노예의 탈출을 도운 사람까지 처벌하는 법이 통과되자, 스토는 ‘톰이라는 검둥이 예수의 이야기’를 집필했다. 링컨을 올려다보며 스토가 한 대답은 이랬다. “그 소설은 제가 쓴 게 아니에요. 노예 제도를 노여워하신 하나님이 쓰신 거고, 저는 도구였을 뿐입니다.” 문학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는 없어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 사람을 호명(呼名)할 수는 있다. 그 한 사람은 링컨이었을까, 스토였을까, 아니면 수많은 ‘한 사람’들이었을까. 어쨌든 미국은 노예제라는 ‘결정적 자기모순’을 해결했다.
아니었다면 현재 북아메리카는 멕시코 정도의 나라들만으로 구성돼 있을 것이다. 남한 사회의 결정적 자기모순은 무엇일까? 북한의 강제 수용소와 노예 인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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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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