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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속옷 훔친 남성은 그대로... 피해자들만 이사 가고 직장 포기

조선일보 안동=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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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 법정서 피의자 얼굴 지켜봐
피의자는 아직 해당 아파트에 거주
지난 5월 27일 자정쯤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에 괴한이 침입하고 있다. 그가 3층에서 4층 사이 복도 창문을 통해 피해자가 사는 집으로 침입하기까지 시간은 단 15초였다. /독자 제공

지난 5월 27일 자정쯤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에 괴한이 침입하고 있다. 그가 3층에서 4층 사이 복도 창문을 통해 피해자가 사는 집으로 침입하기까지 시간은 단 15초였다. /독자 제공


17일 오전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1호 법정. 20대 여성 2명이 사는 아파트 베란다를 통해 수차례 침입해 속옷을 뒤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37)씨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하자 그는 고개를 떨궜다. 검찰은 “죄질이 불량하고 이 사건으로 피해자들이 상당한 고통을 받았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경찰은 A씨에 대해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주거침입, 절도미수, 주거수색 등 혐의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모두 기각됐고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인 유치장 구금 신청도 기각됐다.

이날 방청석 한편에선 피의자 A씨의 얼굴을 계속 지켜보며 수시로 한숨을 쉬는 이가 있었다. 피해 여성 B(28)씨였다.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동행한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B씨는 “피의자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무섭지만 같은 아파트 뒷동에 사는 범인을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얼굴이나 신상조차 알 수 없는 불안한 현실에 자기방어적 차원에서 법정에 온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 여성들과 격리를 위해 이사 가거나 직장도 그만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해당 주소지에 여전히 거주하고 직장도 다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재판장이 “거주지에 살고 있느냐”는 질문에 A씨는 “피해 여성들이 이사할 때까지 모텔 등에서 지내다가 이사 후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이날 최후 진술에서 A씨는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합의나 공탁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피해 복구에 노력 중이다”고 했다.

그러나 B씨 등 피해 여성들은 전날 재판부에 피의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요약하면 피의자는 사건 당일 3차례나 자신의 아파트에 침입해 속옷을 뒤적이며 하나하나 살펴보고 냄새를 맡는 등 세탁할 속옷마저 주머니에 넣어 챙겨가는 명백한 성적 범죄라고 했다.


사건 이후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감에 대인기피증, 직장을 그만둔 후 금전적 피해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내용도 담겼다.

이러한 상황에도 피의자는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로 반성 없이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지난 5월 27일 자정쯤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를 무단침입한 피의자 A씨가 피해자의 옷장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홈캠에 찍혔다. /피해 여성 B씨 제공

지난 5월 27일 자정쯤 경북 안동의 한 아파트를 무단침입한 피의자 A씨가 피해자의 옷장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홈캠에 찍혔다. /피해 여성 B씨 제공


사건은 지난 5월 27일 새벽 0시 57분쯤 발생했다. 안동의 한 아파트를 무단침입한 피의자 A씨가 피해 여성의 옷장을 뒤지는 등 속옷을 찾는 모습이 고스란히 가정용 방범카메라에 찍혔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의 주거지는 피해자 아파트 바로 뒷동, 직선거리로 30m에 불과하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피해 여성들이 자신의 집을 놔두고 지인 집을 전전하자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숙소도 마련해 줬지만,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진 못했다.

피의자는 아직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고 직장도 다니지만, 피해 여성들만 이사 가고 직장도 포기한 불편한 사건이 됐다.

이날 법정을 떠나는 B씨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딸이 계속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며 “주거침입 후 변태적 행동만으로 잠재적 성범죄자로 볼 수 있도록 피해자 위주의 사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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