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미상은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2022년 첫 책 <이중 작가 초롱>이 크게 주목받은 다음 해에 이렇게 썼다. “스스로 든 모임에 깊이 몰두하는 편이기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무 데도 안 나간다.” 모임에 집착하면서도 안 나간다니. 그와 모임에서 만날 기회가 박탈된 느낌이었다.
모임이 많은 연말이다. 12월에 나는 송년회에 네 번 갔다. 편집부 송년회, 시민단체 송년회, 독서모임 송년회에 친구가 속한 단체 송년회도 다녀왔다. 이달에 잡지 못한 모임은 신년회로 기약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임이 좋은 건 아니다. 연말에 가라앉아 있다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려면 부담이 된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큰 모임에는 계획적으로 한 시간 늦게 갔다. 담배 피우러 나온 아는 사람을 피해서 나무 뒤에 서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환한 라운지에 들어서자 모임을 준비한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인다. 입구에서 이름표를 나눠주는 것부터 하나하나 저절로 되지 않는 일이다. 초대한 수고를 생각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한다.
모임이 많은 연말이다. 12월에 나는 송년회에 네 번 갔다. 편집부 송년회, 시민단체 송년회, 독서모임 송년회에 친구가 속한 단체 송년회도 다녀왔다. 이달에 잡지 못한 모임은 신년회로 기약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임이 좋은 건 아니다. 연말에 가라앉아 있다가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 가려면 부담이 된다.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큰 모임에는 계획적으로 한 시간 늦게 갔다. 담배 피우러 나온 아는 사람을 피해서 나무 뒤에 서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환한 라운지에 들어서자 모임을 준비한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인다. 입구에서 이름표를 나눠주는 것부터 하나하나 저절로 되지 않는 일이다. 초대한 수고를 생각하면서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한다.
낯선 단체 송년회에 오니까 장식 솜씨와 음식 구색이 눈에 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공간이라 여러 번 와봤는데 오늘처럼 화려한 모습은 처음이라고 옆 사람과 평을 주고받는다. 단체의 한 해 수확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다들 애를 썼겠지만 자랑하는 것만큼 잘한 건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속으로 거리를 둔다.
좌중이 참여하는 2부 프로그램은 조별로 나뉘어 이 단체의 사업에 도움말을 보태는 시간이다. 의견을 듣다 보니 나도 할 말이 생긴다. 지역에서 이주 배경 청소년을 지원하는 방안이 무엇일까요? 글방을 열어서 스스로 표현하고 서로 만나는 자리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내가 있는 출판계에서는 청소년 때부터 글방을 다닌 작가들이 약진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순간 모임에 연결되었다.
출판이 오래된 산업이라면 사회적기업은 그보다 젊다. 출판 중에서도 돈이 안 되는 인문학 책을 만드는 나는 청년 기업가를 대하기 어색하다. 그래도 사회단체 모임이라는 테두리가 있고 또래 경험이 있어서 대화를 할 수 있다. 뒤풀이에서는 기후위기와 전쟁이 닥친 세계, 그동안 겪은 실패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모든 것이 암울하지만 교감은 달콤했다. 모임이 끝날 때 늘 그렇듯이 집에 가기 싫었다.
이렇게 즐거운 모임을 왜 그만두는가. 이미상이 모임 생활을 청산한 이유는 너무 즐거운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쾌락주의와 금욕주의 중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다. 금욕이란 잃는 연습이다. “작년에 할 수 있었던 일을 올해 못하게 되었을 때 치미는 화에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어떻게든 더는 안 뺏기려고, 오로지 그 방법만 짜다가 인상이 아주 더러워지지 않을까.” 시간이 흐르고 잃는 게 늘어나리라는 사실은 자명하므로 그는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인상을 편다.
쾌락을 택하느냐 금욕을 택하느냐. 이것은 영원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금욕이 참느라 곤두서는 게 아니라 인상을 부드럽게 펴는 일이라면 그렇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작년에 잘한 모임이 올해 잘되지 않을 때 치미는 화가 뭔지 나는 안다. 내 뜻대로 모임을 끌어가려는 건 폭군 같은 욕심이겠구나. 게다가 모임에 집착하다가는 혼자 세운 목표를 내년에도 못 이룰 수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야 소설가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은자처럼 욕심을 버리기로 한 소설가는 집에서 상상 모임을 쓴다. 상상 모임은 현실 모임보다 쾌적하지만 공허하고 쉽게 질린다. 그러니 상상 모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용기 내서 진짜 모임에도 가끔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는 모임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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