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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을 넘어 '쓰임새가 뛰어난' 전기 밴…기아 'PV5'가 노린 PBV의 본질 [김홍모의부릉부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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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기차 시장의 다음 무대는 어디일까요. 완성차 업계는 지금, PBV 시장에 조용히 승부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기아의 첫 PBV 모델 'PV5'는 상용차의 개념을 플랫폼으로 확장하며, 이 흐름을 대표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차가 제시하는 변화의 방향을, 김홍모 기자가 시승하며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전면은 바람 한 점 스며들 틈 없는, 닫힌 구조의 그릴이 자신을 단번에 전기차임을 알립니다. 승합차의 뒷문을 열자, 그 안에는 게이머들을 위한 나만의 공간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차량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기아 'PV5'는 우리가 떠올리던 전통적인 상용 밴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른 인상을 줍니다. 외형과 구조 곳곳에서, 이 차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읽힙니다.

기아의 첫 PBV 모델인 'PV5'가 글로벌 어워즈를 잇따라 수상하며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전기 밴이 나왔다는 의미를 넘어, 전기 밴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기아 PV5를 실제로 마주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점은 이 차가 전통적인 상용 밴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엔진룸 중심의 구조 대신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차체를 단순한 형태로 구성했고, 디자인의 목적도 '보여주기'보다는 '비워내기'에 가깝습니다.


차체를 최대한 직각에 가깝게 설계해 실내와 적재 공간을 극대화했고, 승하차와 적재 동선을 중심으로 구조를 짰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 차를 바라보는 기아의 관점은 승합차나 화물차가 아니라, 하나의 이동형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카고 모델은 운전석과 조수석이 있는 1열 좌석과, 그 뒤로 분리된 넉넉한 적재 공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적재 공간을 살펴보면 차체 기본 프레임 곳곳에 나사 체결이 가능한 구조가 마련돼 있어 활용도를 높였습니다. 덕분에 책상이나 펜트리 같은 가구를 목적에 맞게 혹은 취향에 따라 고정해 꾸밀 수 있습니다.


이 적재 공간에서 PV5의 성격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차를 산 뒤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할지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게 차를 완성해 가는 개념입니다. 이 지점에서 PV5는 단순한 전기 밴이 아니라 PBV라는 이름이 붙을 수밖에 없는 차가 됩니다.


PV5 실물을 직접 확인하고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앉아 보니, 일반 승용차나 RV를 탈 때와는 다른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소 이런 형태의 차량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시트 포지션이나 시야각에서 어색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특히,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이 차량에 일반적인 룸미러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이드미러가 큼직해 주변 시야는 확보되지만, 평소 주행 중 룸미러를 자주 확인하는 입장에서는 안전에 대한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도로 주행에 나서 보니 이런 우려는 기우에 가까웠습니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내비게이션 옆으로, 룸미러 역할을 대신하는 실시간 후방 주행 화면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고, 주행 중 후방 상황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행 성격은 전형적인 전기차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출발은 부드럽고, 변속 반응은 즉각적이며, 실내 정숙성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 차에서 중요한 건 가속 성능이나 주행 재미가 아니라, 하루 종일 반복되는 주행에서 운전자의 피로를 얼마나 줄여주느냐입니다.

기존 상용 밴들이 저속 울컥임과 엔진 진동, 잦은 정차와 재출발에서 피로를 누적시켰다면, PV5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통해 이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입니다. 배송이나 현장 이동이 잦은 업종일수록 이 차이는 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전기 밴을 선택할 때 고객이 실제로 따지는 기준은 많지 않습니다. 연료비와 정비비, 감가와 운영비를 모두 합친 총소유비용, 그리고 차량을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굴릴 수 있느냐 하는 가동률입니다. 기아의 PV5는 이 지점에서 차량의 옵션 경쟁보다는 운영 방식 자체를 표준화하려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적재 공간을 볼트 체결 기반 구조로 설계해 업종별로 필요한 장비를 차량에 고정해 함께 움직이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하나의 작업 공간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작업 동선이 짧아지고 인력 효율이 달라지면서 운영 구조 자체가 바뀌는 셈입니다. 물류나 현장 서비스 업종에서 결국 시간은 곧 비용으로 이어지는데, PV5는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접근한 전기 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V5가 글로벌 어워즈에서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유럽 상용차 시장은 규제와 안전 기준이 까다롭고, 법인과 플릿 중심의 운영 문화가 강해 단순한 디자인이나 신기술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PV5가 잇따라 수상했다는 것은, 이 차가 단순히 잘 만든 전기 밴을 넘어 실제 시장에서 통할 만한 구조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기 밴의 성능 경쟁이 아니라, 전기 밴의 쓰임새를 제품 구조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인터뷰] 허원호 / 기아 국내PBV전략팀 팀장
"기아는 고객의 비즈니스 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되기 위해 산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PV5'에 기획부터 제조, 구매 이후 운영까지 전 과정에 걸쳐 혁신을 담아냈습니다.


이를 통해 PV5는 PBV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새로운 기준이자 고객의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다만 PV5가 완성형 게임체인저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합니다. PBV라는 개념은 높은 확장성을 제공하는 대신, 사용자에게 일정 수준의 설계와 선택을 요구합니다. 내부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어떻게 구성해야 효율이 나는지를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차의 경쟁력은 차량 자체뿐 아니라, 기아가 모듈과 파트너, 애프터마켓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차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차를 중심으로 한 운영 생태계를 굴릴 수 있느냐가 PV5의 다음 과제가 됩니다.

기아 PV5는 밴을 전동화한 차라기보다, 밴을 '일의 플랫폼'으로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글로벌 시장이 먼저 반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시도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안착할지, 그리고 전기 밴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이제 시장의 몫입니다.

지금까지 김홍모의 부릉부릉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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