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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현장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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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이수정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25년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하고 리더로 성장해 오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배웠다. 뛰어난 리더십은 전략적 통찰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업무의 실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느냐다.

우리는 흔히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말을 한다. 리더가 되면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멀어지고, 멀어질수록 그 어려움을 잊게 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업무는 추상화된다. 보고서에 요약된 정보, 대시보드에 정리된 지표, 분기 실적 숫자들. 물론 이것들은 중요한 의사 결정 도구이며, 리더는 이런 최종 결과물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들이 문제다.

고객이 특정 조항에 왜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일정이 왜 예상보다 늦어지는지, 협력사와의 조율에서 무엇이 가장 까다로운지…. 이런 것들은 직접 부딪혀 보지 않으면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내리는 지시는 현업에서 실행할 수 없는 요구가 되기 쉽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는 피해야 한다. '현장을 이해하라'는 것이 곧 '모든 일을 직접 하라'는 뜻은 아니다. 리더가 팀의 일에 세세히 관여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조직은 힘을 잃는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본질은 몸으로 느끼되, 실행은 팀에 맡기고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세세한 간섭과 현장 업무 이해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나는 리더로서 이런 현장 이해를 기반으로 매일 실질적 인사이트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기업을 위한 인공지능(AI)'도 같은 맥락이다. AI가 확산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기업에서 상용화 단계에 있는 AI 프로젝트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간극이 발생하는 데는 물론 수많은 이유가 있다. 다만 AI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업무 현장에서 어떤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지다.

예를 들어 한 제조사가 생산성 향상을 원한다고 해서 최신 AI 솔루션을 무조건 제안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먼저 그들의 진짜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라인에서 어떤 병목현상이 생기는지, 품질 검수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현장 작업자가 어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작업 환경,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작업자의 숙련도까지 고려해야 현실적인 해법이 나온다. 이런 이해 없이 제공되는 기술은 아무리 뛰어나도 현장에 정착되기 어렵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고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아는 것이 진짜 '기업을 위한 AI'인 것이다.


결국 고객을 직접 만나고, 실무자의 목소리를 듣고, 업무의 실체를 몸으로 익힌 리더만이 조직에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현장을 경험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전사적 관점에서 더 많은 것을 보려 한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더 많은 위임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다. 혁신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업무 현장 속에 답이 있다.

[이수정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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