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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기금과 환율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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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선을 오르내리면서 외환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대책 일환으로 국민연금기금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한국은행과의 650억원 규모 환스왑과 전략적 환헤지를 1년 더 연장하도록 의결했다. 환율 안정화를 위한 국민연금 동원은 국민연금 자율성과 장기 수익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여론이 거세다. 국민연금은 금융정책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독립적 기금이라는 점에서 정부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실제로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일정한 조정·관리 장치가 필요한 점을 부정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도구가 돼서는 안 되지만,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환율 안정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다. 국민연금의 미래 지급 의무는 원화로 발생하지만, 기금 수익률 상당 부분은 해외투자 성과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기금 평가손익은 크게 요동치고, 이는 장기 재정 안정성에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 과도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물가 상승과 실질 구매력 저하를 초래해, 결국 연금 지급의 실질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환율 변동에 완전히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 없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해외투자 집행 시점, 자산배분 계획, 리밸런싱 전략이 환율 충격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게 되면, 기금 운용의 일관성이 약화되고 사회적 논란도 증폭된다. 즉, 국민연금의 안정적 투자 환경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환율의 예측 가능성은 필수 요소다. 이는 국민연금 환 전략이 외환시장 안정 기여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적 역할'이 아니라, 기금 스스로 장기 수익성과 위험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내부 전략이다.

국민연금 환 전략을 정부 개입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에 앞서, 국민연금 입장에서 전문적·독립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기금 장기 수익률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환 변동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해외 자산군별 적정 환헤지 비율을 검토할 수 있다. 즉 전략적 헤지 비율을 설정하고,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급변할 때는 전술적 조정을 허용하는 방식은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 기제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의 적절한 환 전략은 결과적으로 외환시장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집행을 시간적으로 분산시키고, 현물환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이도록 스왑 등 다양한 집행 방식을 병행하면 원화 약세 압력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외화채 발행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기금 내부적으로는 자연 헤지 효과를 제공하고, 외부적으로 특정 시기의 급격한 달러 수요를 완충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최적 환 전략이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외환시장 안정에도 부수적 공익효과를 갖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국민경제의 안정성이라는 두 목표는 상호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환 전략을 통해 충분히 조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외환정책에 활용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국민연금 스스로 장기 운용 원칙 속에서 환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외환시장 안정에도 자연스럽게 기여하는 자율적·전문적 환 전략 패러다임을 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것이 초고령 사회로 향하는 한국에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와 건전한 외환시장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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