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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선물, 마음을 전하는 과학

매일경제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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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유치원에서 산타가 줄 선물을 몰래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떤 선물을 보낼까 머리를 굴려봤지만 마땅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한편으론 어릴 적 트라우마가 떠올랐다는 사실을 고백해야겠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포장 상자를 뜯었는데 공책과 연필이 들어 있었을 때의 그 참담한 심정이란. 어린 마음에도 "놀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무언의 압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때의 실망감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최근 내 상처가 철없는 투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연구팀이 '소매업 저널'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다이어트 차(茶)'나 '자기계발서' 같은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고마움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크게 느꼈다. 선물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메시지여야 하는데, 이런 '기능성' 선물은 "너는 살 좀 빼" "더 나은 사람이 돼야 해"라는 지적질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 불쾌감이 선물한 사람에게만 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기분이 상한 나머지 해당 브랜드나 제품에 별점 테러를 가하며 화풀이를 했다. 반면 이 물건들을 스스로 샀을 때는 이런 부정적 반응이 없었다. 인간은 스스로 발전하려 할 때는 기꺼이 지갑을 열지만, 남이 나를 고치려 들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우리는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서 선물을 주고받는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선물을 통해 따뜻한 온기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제는 정말 크리스마스 선물을 골라야 할 때다. 아이의 성적을 반드시 올려줄 것만 같은 학습도서를 과감히 장바구니에서 뺐다. 대신 그저 아이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내 눈에는 '예쁜 쓰레기'일 뿐인 장난감을 담았다. 먼 훗날 아이가 선물을 뜯던 환희의 순간을 기억해 주길, 그리고 아이의 웃음을 위해 욕망을 과감히 포기한 엄마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면서.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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