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18일 울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 앞에서 피해자 김도진(가명, 사망 당시 32살)씨가 옷이 벗겨진 채 가해자 2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김씨는 병실 밖으로 나오려 했으나 가해자들에게 밀쳐져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가 저녁 9시44분이었는데, 그로부터 간호사가 나타난 것은 27분 뒤였다. 인권위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이다. |
3년 전 울산의 정신병원인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살해된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병원 쪽에 발견되기 30여분 전 가해자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장면이 시시티브이에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시티브이를 추가 분석해 당시 사건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병원 쪽 관리 책임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병원에서는 지난해에도 지적장애인이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한겨레가 17일 입수한 인권위 반구대병원 사건조사결과보고서(정신병원의 환자에 대한 보호조치 미흡으로 인한 사망)에 첨부된 시시티브이 영상 사진을 보면, 2022년 1월18일 저녁 9시44분 27초에서 48초 사이 이 병원 5병동 503호실 입구 복도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가명, 사망 당시 32살)씨가 옷이 벗겨진 채 두 명의 가해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해자들은 병실에서 복도로 나오려는 김씨를 다시 병실 안으로 밀치고 들어갔다. 이후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오는 장면이 시시티브이에 잡힌 시각은 10시11분이다. 그 사이의 간격은 27분이다. 간호사 등 의료진이 신속하게 병동으로 진입해 조처를 취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걸로 보이는 대목이다.
반구대병원 내 폭행·사망 피해자인 지적장애인 김도진(가명, 사망 당시 32살)씨가 특수학교 전공과에 다니던 2010년 소풍 가서 찍은 사진.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1년 전이었다. 유족 제공 |
간호사는 사건 직후 유족 진정으로 이뤄진 인권위 조사에서 “병동 안에 있던 환자들이 문을 두드리며 ‘XX이가 똥을 쌌다’라고 말해 병실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사망한 직후였다. 보고서에는 이후 여러 간호사와 보호사가 병실을 들고 나며 혈압과 심전도 등을 측정하는 의료용 모니터와 산소통 등 심폐소생술 기구들을 가져오는 시시티브이 장면도 첨부돼 있다.
다만 응급조처는 실행되지 않았다. 당시 간호사는 담당 주치의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응급병원으로 후송하라는 지시를 했지만, 자의적으로 ‘사망’ 판단을 내리고 응급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간호사는 피해자 가족과 책임간호사 등에게 연락을 했을 뿐, 119에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응급이송하기 위한 이동용 침상이 도착해 병실에 쓰러져 있던 김씨를 실은 시각은 자정이 다 된 11시49분이었다.
인권위 조사결과보고서의 시시티브이 분석은 사고 후 의료진의 응급조치 책임 이행 여부에 초점을 맞춘 터라 피해자가 괴롭힘을 당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이보다 앞서 시시티브이가 비추는 복도에서 환자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담겨있지 않다. 조사결과보고서만으로는 의료진이 사건의 징후를 전혀 눈치챌 수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2023년 6월 이 사건과 관련해 병원 쪽에 “전 직원 대상 관련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지만, 병원쪽의 보호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은 따지지 않았다.
2022년 1월18일 반구대병원 폭행·사망 피해자 김도진씨(가명, 사망 당시 32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간호사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가해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모습이 시시티브이에 나온 지 27분 만이었다. 인권위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이다. |
2022년 1월18일 반구대병원 폭행·사망 피해자 김도진씨(가명, 사망 당시 32살)를 옮기기 위해 응급이송을 위한 이동용 침상이 병실 앞에 도착해 김씨를 싣고 있다. 이날 간호사는 저녁 9시44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두 시간 동안 아무런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 인권위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이다. |
인권위 결정문에 담긴 조사결과 등을 확인한 전·현직 정신병원 간호사 2명은 한겨레에 “환자가 폭력에 노출된 상황이 드러났을 개연성이 높은데도 이를 중재하려는 간호사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등 의료기관장의 관리 책임이 심각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시시티브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22년 1월18일 반구대병원 폭행·사망 피해자 김도진씨(가명, 사망 당시 32살)가 병실 내에 쓰러지자 보호사가 병실 입구로 응급조치를 하기 위해 산소통을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산소통을 연결할 줄을 찾지 못했다. 오른쪽 사진 맨 오른쪽에서 가해자 중 한 명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인권위 사건 조사결과보고서에 첨부된 사진이다. |
김도진씨 폭행·사망 사건 2년6개월 뒤인 지난해 7월에도 이 병원에서는 지적 장애인 강아무개씨(49)가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해 쓰러져 의식을 잃은 뒤 4개월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10년 넘게 이 병원에 입원했던 김씨는 5병동 병실에서, 1년 넘게 입원했던 강씨는 3병동 휴게실에서 각각 변을 당했다. 병원 쪽이 환자 상태 별로 공간 분리를 하지 않아 환자 간에 폭행이 다반사라는 내부 증언도 나왔다.
부산의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이 운영하는 반구대병원은 병상 223개 규모로, 지적장애인 입원 환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권위는 이 병원 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정황을 확인하고 올해 1월 직권조사를 위해 방문했지만, 병원 쪽이 조사를 거부해 과태료 처분이 검토되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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