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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 가스라이팅해 100억 뜯은 20대, 항소심서 감형 왜?

동아일보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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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가스라이팅해 100억 원을 뜯어낸 20대가 항소심에서 징역 16년으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1심 징역 20년은 양형 기준을 과하게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압수된 현금과 명품을 통한 피해 회복 가능성도 고려됐다. 뉴시스

또래 여성을 가스라이팅해 100억 원을 뜯어낸 20대가 항소심에서 징역 16년으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1심 징역 20년은 양형 기준을 과하게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압수된 현금과 명품을 통한 피해 회복 가능성도 고려됐다. 뉴시스


심리를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또래 여성에게 1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을 뜯어낸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질타하면서도, 피해 회복의 가능성과 양형 기준을 고려해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17일 대구고법 형사2부(재판장 왕해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20대 A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6년을 선고했다. 범죄 수익 은닉을 도운 공범 B 씨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유지됐다.

● 연인인 척 접근해 ‘가스라이팅’…100억 원 뜯어냈다

A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20대 여성에게 접근, 연인 행세를 하며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통해 100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타 재력가인 부모가 보관하던 현금과 자산을 자신에게 보내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치밀한 자금 은닉 정황도 드러났다. A 씨는 가로챈 돈 중 약 70억 원을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으로 바꿔 현금화한 뒤 숨겼고, B 씨는 이 중 일부를 보관하며 범행을 도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 씨가 은닉한 현금과 상품권 29억 원 상당, 고가 명품 시계와 가방 등을 압수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기반을 흔드는 것을 넘어 인격까지 말살했다”며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 “피해자는 처참한 상황…다만 양형 기준을 너무 크게 벗어나”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 질타하면서도 피해 회복 가능성과 양형 기준을 들어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고등법원의 모습. 뉴시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 질타하면서도 피해 회복 가능성과 양형 기준을 들어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구고등법원의 모습. 뉴시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의 죄책이 무겁다는 점은 1심과 같이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수법이 계획적이고 지능적이며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으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긴 반면, 피해자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막대한 채무를 떠안아 가정이 파탄 나는 처참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감형 사유로 피해 회복 가능성과 양형 기준을 들었다. 재판부는 “압수된 현금과 명품 등이 경매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직접 반환될 경우 일정 부분 피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사기 범죄의 권고 형량은 징역 6년 이상 13년 6개월 이하”라며 “피해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임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1심의 형량(징역 20년)은 양형 기준을 너무 크게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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