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인천공항공사 사장 겨냥 “권한만큼 책임 안 지려면 나가라” [영상] : zum 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부·지재처·중기부 업무보고에서 한국석유공사 관계자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냐.”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에서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고도 이를 정치 논쟁으로 왜곡·악용하는 이들이 있다며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다시 한 번 공개 비판했다. 이 사장이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대통령 때문에 외환 반출 수법이 알려졌다’는 등의 억지 주장을 펴자, “1분 전 얘기와 1분 뒤 얘기가 달라지거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는 뒤에 가서 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선 안 된다”며 직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7일 오전 산업통상부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장관 등 상사가 (업무를) 다 알 수 없다. 실무자도 자기 업무를 100% 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르는 게 자랑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자기 업무 중요 부분을 파악하고 서면 없이 설명할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다. 어떤 역할도 맡아선 안 되는 사람이다. 돈과 명예를 누리고 싶으면 (공직자가 아닌) 나가서 돈을 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 사례를 들어 ‘업무보고 생중계의 효용’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통령은 “지금 이 장면도 수십만명이 보고 판단을 한다”며, 이 사장의 업무보고 답변 태도 등을 다시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에 관세청이 인천공항공사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1만불 이상 외화 반출은 공항공사가 대신 검색한다. 그런데 (이학재) 공항공사 사장은 처음엔 자기가 하는 거라고 하다가 나중에 세관이 하는 일이라고 했다. 제가 이와 관련한 기사를 보다가 ‘MOU 체결을 했기 때문에 공항공사가 검색을 하는 게 맞다’는 댓글을 봤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걸 뭐 (외화 반출) 범죄를 대통령이 가르치려 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수법은 이미) 보도됐고 예전에 정부가 보도자료도 낸 사안이다. 뭘 더 새로 가르치느냐.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냐. 국민은 집단지성으로 (업무보고를)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의 동문서답식 답변 태도를 강하게 질책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관세청에 물어보니 출국 검색은 공항공사 소관이라고 하더라. 1만달러 이상 못 가지고 나가게 돼 있는데, 100달러 지폐를 책갈피에 끼고 나가면 안 걸린다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 그러냐”고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은 “(외화 반출 검색은) 인천공항에서 주로 하는 업무가 아니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자꾸 딴 이야기를 하신다. 언제 사장직에 취임했냐. 업무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질책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이 사장은 공개 질책을 당한 이튿날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불법 외환반출은 세관 업무” “대통령 해법대로 하면 공항 마비” “(대통령 때문에) 온 세상이 책갈피에 달러 숨기는 법을 알게 됐다” 글을 올렸다. 이 내용은 별다른 검증 없이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사장은 같은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사장의 반박은 상당 부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공항공사 사장 출신인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인천공항공사-인천공항세관 양해각서를 보면 ‘미화 1만불’을 초과하는 외화 반출 검색은 인천공항공사가 대신하게 돼 있다. 이 양해각서는 이학재 사장이 지난해 8월 체결했다. 이 대통령이 17일 업무보고에서 ‘국민 집단지성인 댓글에서 봤다’며 언급한 양해각서가 이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생중계를 두고 여러 평가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던데, 가급적 다 공개해야 한다”며 공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옛날에는 특정 언론이 소위 ‘게이트 키핑’ 역할을 해서 자기들한테 필요한 정보만 보여주던 시대가 있었다. 요즘은 이런 언론을 ‘재래식 언론’이라고도 하더라. 그러나 지금은 국민이 다 실시간으로 보고 판단한다. 그러니 총칼 든 계엄군도 순식간에 제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