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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뮬레이션이 연 우주 산업의 다음 단계… 톰 마르쿠식 박사가 말하는 '뉴 스페이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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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시뮬레이션 기술의 결합이 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로켓 개발과 발사, 심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고위험·고비용 산업으로 인식돼 온 우주 분야는 디지털 엔지니어링을 통해 더 빠르고, 더 정밀하며, 더 경제적인 산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 같은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톰 마르쿠식(Dr. Tom Markusic) 박사다. 그는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의 창립자이자 전 CEO로, 알파(Alpha) 로켓과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Blue Ghost)' 프로젝트를 통해 민간 우주 산업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재는 프론테라 스페이스(Frontera Space)를 이끌며 '뉴 스페이스 2.0(New Space 2.0)'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마르쿠식 박사는 지난 12일 앤시스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NASA,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기술적 돌파구, 그리고 AI·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엔지니어링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설명했다.

톰 마르쿠식 박사가 12일 앤시스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제공: 앤시스코리아)

톰 마르쿠식 박사가 12일 앤시스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제공: 앤시스코리아)


마르쿠식 박사는 우주 산업의 변화를 '세대 교체'로 설명하며 “'뉴 스페이스 2.0'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가 주도의 우주 개발 시대를 지나,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한 '뉴 스페이스 1.0'이 우주 접근 비용을 약 50% 낮췄다면,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대형 수직 발사체는 궤도까지의 비용을 낮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위성을 최종 운영 기지까지 이동시키는 데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며 “10배 수준의 비용 절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로켓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프론테라 스페이스가 제시하는 해법은 활주로에서 이착륙하는 재사용형 우주 비행기(Space Plane)다. 항공기처럼 운영되는 단일 단계 궤도 진입(SSTO) 비행체를 통해 발사 빈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우주 접근 비용을 근본적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마르쿠식 박사는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알파 로켓의 성능을 입증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단순화된 설계 철학'을 꼽았다. 그는 “후발주자인 만큼 1세대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며 “복잡성을 줄이고, 반복 가능한 설계와 테스트에 집중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켓 엔진 설계에서 안정성과 재현성을 중시한 사이클을 채택해 개발 속도를 높였고, 발사체뿐 아니라 달 착륙선 등 심우주 영역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매출원을 다변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사용 로드맵에 대해서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션 성공과 수익성”이라며 “기반을 다지기 전까지는 불필요한 복잡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역시 초기에는 재사용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단계적 접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화성 탐사와 심우주 진출을 위해서는 핵 추진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술적 장벽보다는 정치적·안전적 이슈가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핵 추진은 국가 단위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저비용 우주 운송이 가져올 새로운 시장으로는 우주 군사화, 궤도 서비스, 달 자원 활용 등을 언급했다. 특히 기존 대형 발사체와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향후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급변하는 우주 산업 환경에서 엔지니어에게 요구되는 역량으로는 △엔드 투 엔드(End-to-End)를 이해하는 수직 통합 사고 △민첩하고 유연한 팀 문화 △한정된 자원을 고려한 의사결정 능력을 꼽았다. 그는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에서는 주니어 엔지니어라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 온다”며 “책임감과 주인의식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톰 마르쿠식 박사(Dr. Tom Markusic) (제공: 앤시스코리아)

톰 마르쿠식 박사(Dr. Tom Markusic) (제공: 앤시스코리아)


최신 업데이트 된 '앤시스 2025 R2(Ansys 2025 R2)'를 통해 AI 기능을 전 제품군에 확대 적용했다. 이번 버전은 △강화된 솔버 △간소화된 워크플로우 △파이썬(Python) 호환성 확대 △온디맨드 클라우드 컴퓨팅 지원 등을 통해 시뮬레이션 속도와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마르쿠식 박사는 앤시스의 시뮬레이션과 AI 기반 엔지니어링 솔루션을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핵심 도구'로 평가했다. 설계·구축·테스트 전 과정을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함으로써,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극한 조건까지 검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기반 자동화 분석을 통해 반복 설계가 가능해졌고, 이는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주 산업 전반에 실질적인 속도와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첫 방문이라는 그는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과 인재 수준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장기적 협력을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과 비전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파트너십이 형성된다면, 아시아는 뉴 스페이스 2.0 시대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르쿠식 박사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주 산업의 다음 단계는 더 빠르고, 더 저렴하며,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우주에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AI와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 엔지니어링이 자리하고 있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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