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이카루스의 추락’. Andrew McCarthy/cosmicbackground.io |
불타는 태양을 향해 추락하는 듯한 스카이다이버, 물방울 속에 옹기종기 모여든 세포들, 32억화소 카메라에 담긴 성운….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올 한 해 발표된 과학 분야 사진 중에서 최고의 작품을 뽑아 소개했다. 우주와 자연,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순위를 매기지는 않았지만 네이처가 가장 먼저 소개한 사진은 한 스카이다이버가 이글거리는 태양 표면을 배경으로 완벽한 실루엣을 만들어낸 장면이다. 배경에 있는 흑점은 주변보다 온도가 낮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강력해진 자기장이 열 전달을 막아 생기는 현상이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이카루스의 추락’. Andrew McCarthy/cosmicbackground.io |
천체 사진작가 앤드류 매카시와 스카이다이버 가브리엘 브라운은 이 극적인 장면을 담기 위해 수개월간 계획을 세운 뒤, 말 그대로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했다. 동력 패러글라이더에 타고 있던 브라운은 고도 1070m 상공에서 뛰어내렸고, 매카시는 2440m 떨어진 지점에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이 사진에 붙인 제목은 ‘이카루스의 추락’이다. 이카루스는 날개를 붙이고 하늘을 날다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추락한 그리스신화의 등장 인물 이름이다.
매카시는 앞서 6월엔 흑점이 폭발하는 순간 태양 앞을 지나가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포착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얼음 잉크’. Z. Yang et al. Nano Lett. 15 , 6168–6175(2025) |
둘째는 완보동물 물곰의 피부에 새긴 나노문신이다.
중국 과학자들은은 먼저 전자빔을 이용해 휴면 상태의 물곰을 덮고 있는 얼음에 72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1미터) 크기의 미세한 무늬를 새겼다. 전자빔은 얼음을 물곰 피부에 달라붙는 화합물로 변환시켰다. 얼음이 녹자 물곰은 다시 살아났고 문신도 그대로 유지됐다. 과학자들은 이 미세 제작 기술이 바이오센서나 생체 마이크로로봇공학 연구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녹색 삶’. 5배율. Jan Rosenboom/Nikon Small World |
셋째는 물방울 속의 좁쌀공말(Volvox) 군집 조류 사진이다. 수백~수천개의 작은 세포들이 물방울 안에 옹기종기 모여 하나의 군집체를 이룬 것으로, 초기 다세포 생명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2025년 니콘 스몰월드 현미경 사진 공모전에서 2위를 차지한 사진이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가짜 신장’. Pedro Medina/Li Lab |
넷째는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간 신장 오가노이드 결합체인 어셈블로이드다.
어셈블로이드는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오가노이드를 결합한 것을 말한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나 조직 유래 세포를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 일부를 재현한 일종의 미니 장기다. 이 어셈블로이드는 실제 신장 구조와 유사하게 중심 배액관 주변에 미세한 여과체들이 만들어졌다. 이 어셈블로이드를 쥐에 이식하면 혈액을 여과하고 단백질을 흡수할 수 있다.
은하수 아래 붉은 번개…광합성 하는 달팽이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붉은 번개’. Dan Zafra/Capture the Atlas |
다섯째는 뉴질랜드 상공에서 포착한 ‘붉은 스프라이트’다. 스프라이트는 지상에서 강력한 번개가 칠 때, 그 위로 강한 전기장이 전달되면서 고도 50~90km의 상층 대기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희귀한 발광 현상이다. 붉은색을 띠는 것은 질소 때문이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햇빛에서 에너지를 얻는 달팽이’. Giancarlo Mazarese/Ocean Photographer of the Year 2025 |
여섯째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하는 잎사귀양민달팽이(Costasiella kuroshimae)다.
해조류를 먹고 그 엽록체를 자신의 세포에 저장한 뒤 햇빛을 이용한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머리 양쪽에 있는 감각기관이 양의 귀를 닮았다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 사진의 달팽이는 아래쪽에 나선형으로 알을 낳고 있다. ‘올해의 해양 사진작가상’ 수상작 가운데 하나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코뿔의 부활’. Ami Vitale/BigPicture Natural World Photography Competition |
일곱째는 케냐의 병든 검은코뿔소(Diceros bicornis)를 치료한 뒤 다시 야생에 풀어놓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다. 이 코뿔소는 이런 보존 노력 덕분에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 2025년 빅픽처(BigPicture) 야생동물 사진 공모전 수상작 가운데 하나다. 코뿔소에 아직 진정제 약기운이 남아 있지만, 치료팀원들이 안전을 위해 도망치듯 재빨리 현장을 벗어나고 있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섬뜩한 포옹’. Sandip Guha |
여덟째는 짝짓기를 하는 게거미 한 쌍이다. 인도 실리구리에서 촬영햇다. 수컷과 암컷의 덩치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 눈에 띈다. 어떤 종은 그 차이가 60배 이상이라고 한다. 올해 런던 카메라 익스체인지 사진공모전 수상작 가운데 하나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첫번째 빛’. NSF–DOE Vera C. Rubin Observatory |
아홉째는 올해 가동을 시작한 남미 안데스산맥 기슭 베라루빈천문대의 첫 관측 사진이다. 역대 최대인 32억 화소의 카메라를 갖춘 이 천체망원경이 우리은하 중심부인 궁수자리에 있는 수천광년 거리의 성운 2개에 초점을 맞췄다.
삼엽성운과 석호성운이라는 이 두 성운은 별을 만들어내는 가스와 먼지 구름 덩어리다. 네가지 컬러 필터를 통해 7시간 동안 촬영한 678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보름달 약 60개 크기에 해당하는 영역을 담고 있다. 푸른색 영역은 젊고 뜨거운 별에서 나오는 빛이고 분홍색 영역은 들뜬 수소 원자,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덩굴은 먼지 띠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불의 고리’. Francisco Negroni |
마지막은 한밤에 칠레 남부 비야리카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원형 구름 2개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사진이다. 이 사진작가는 화산 활동을 관찰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화산을 방문한다고 한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개구리싸움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개구리 싸움’. Grayson Bell/Nikon Comedy Wildlife Award |
네이처는 이와는 별도로 네이처 편집진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들도 소개했다.
편집장 리지 브라운은 두 마리의 수컷 청개구리가 영역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골랐다. 그는 “사진을 보는 순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고 말했다. 2025년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사진 공모전 수상작 가운데 하나다. 이 사진을 찍은 13살 작가가 붙인 제목은 ‘마지못해 개종하는 자들의 세례’다.
네이처가 뽑은 올해의 과학사진 ‘힘내세요’. Emmanuel Tardy |
사진편집자인 아멜리아 헤니하우젠은 나무늘보가 철조망 기둥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골랐다. 그는 “매일 다양한 비극을 목격하지만 이 사진은 잊을 수 없다”며 “가시 철조망에 매달려 있는 나무늘보의 평온한 얼굴과 차분한 태도는 자연이 얼마나 위태롭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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