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 출신 '반도체 베테랑'의 스타트업 도전

AI 반도체설계 기업 액시언 김기섭 대표 인터뷰
인포뱅크 초기 투자·지원…사업확장 기반 마련

김기섭 액시언 대표(사진)와 호흡을 맞춘 인재들이 새로운 항해에 동참했다. 그 결과 액시언은 핵심 엔지니어만 20명 가량을 확보했다./그래픽=비즈워치

김기섭 액시언 대표는 인텔, 삼성전자, 시놉시스 등 유수의 기업에서 임원을 역임하며 반도체 분야 경력만 30년 이상 쌓은 뒤 지난해 AI(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창업에 나섰다. 많은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불편함을 혁신적으로 없애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싶다"는 거창한 포부를 내세운 것과 달리 김 대표의 창업 이유는 담백했다. 그는 "삼성, 인텔에서도 충분히 편안하게 은퇴까지 갈 수도 있었다"면서도 "제게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창업을 해서 좋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 아이디어가 많이 쌓여 있었다. 이를 투자자들에게 말했더니 반응이 좋더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김 대표는 현재 액시언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인 '액시언 CELL', '액시언 DFM', '액시언 X' 등 반도체 설계 최적화와 수율 향상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구상한 뒤 공통의 AI 최적화 엔진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했다.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EDA(전자설계자동화) 기업 창업을 추진하게 됐다. 시놉시스에선 고객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해 매출을 크게 올리고, 삼성전자에서도 DFM(Design For Manufacturing) 수율을 3% 향상시켜 조(兆)원 단위의 비용을 절감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와 호흡을 맞춘 인재들도 새로운 항해에 기꺼이 동참했다. 시놉시스, 삼성SDI, 퀄컴, 인텔 등 산업계뿐 아니라 스탠퍼드대,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 서강대 등에서 활약해온 인물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액시언은 창업 초기임에도 핵심 엔지니어만 20명 가량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에도 서울대, 포스텍 등 대학에서 초청 강연을 하면서 비전을 소개하고 우수 개발자를 추가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회사 성장에 맞춰 전세계 우수 인력을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기섭 액시언 대표가 비즈워치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액시언의 첫번째 제품은 액시언 CELL이다. 반도체 설계의 핵심인 '스탠다드 셀 라이브러리'를 자동 설계·최적화하는 AI 기술을 탑재했다. 김 대표는 "스탠다드 셀은 파운드리 회사가 제공해 팹리스와 디자인 하우스는 성승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며 "팹리스·디자인 하우스는 액시언 CELL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파운드리의 경우 스탠다드 셀 라이브러리(반도체 설계의 기본 재료)를 개발하는 리소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두번째 제품인 액시언 DFM은 반도체의 수율을 높여주는 소프트웨어로 기능한다. 특히 고객사가 수율 향상을 검증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액시언 X의 경우 AI 최적화 엔진을 산업 전반에 걸쳐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이와 함께 액시언은 25개에 달하는 국내외 특허를 출원해 기술경쟁력을 입증받았다. 김 대표는 "국내 톱티어 반도체 회사들과 제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각사 요구사항에 따라 최적화 결과를 내놓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액시언이 도전하는 EDA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까닭에 대형 사업자와 협력이 요구된다. 김 대표는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EDA 영역은 3개 회사가 75% 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들과 경쟁해 시장 진입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액시언은 이들의 EDA 툴과 호환되는 설계를 기반으로 일부는 협업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액시언은 액시언 CLL·DFM 부문 매출이 오는 2030년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사업이라는 점에서 영업이익률도 제조업 대비 5배 이상 높을 것으로 봤다. 미국 지사 설립도 우선 추진되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을 교두보로 중국, 유럽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액시언은 이같은 사업 모델과 전망을 바탕으로 올해 4월 인포뱅크로부터 '프리-A'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고 인포뱅크의 투자사업부 '아이엑셀'이 운영하는 '2025 초기창업패키지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초기창업패키지 민간투자매칭형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았다.

특히 인포뱅크의 HR 컨설팅, 조직 운영 자문, 법률·재무 지원, 후속투자 연계 등 성장 단계별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개발과 시장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초기창업패키지는 개발 지원금뿐 아니라 스타트업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세무, 회계, 법률, HR, 마케팅 등의 컨설팅이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법률 자문은 미국 진출을 위한 실제 계약을 통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한 액시언은 지난 6월 인포뱅크의 추천으로 딥테크 TIPS에 선정되면서 3년간 최대 15억원의 핵심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했다.

액시언은 액셀러레이터인 베터그라운드, 링크브릭스, 메리츠 등이 모인 투자조합을 통해서도 시드 투자를 받았다. 현재는 시리즈 A 라운드를 진행 중이다. 김 대표는 "액시언 CELL과 DFM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꾸준한 매출 상승을 이뤄 기업공개(IPO)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며 "이후 액시언 X의 성장을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세계 유수의 AI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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