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나 장비업체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D램 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전반으로 낙수효과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BM과 첨단 D램은 과거 메모리보다 더 많은 공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회로를 미세하게 구현하고 이를 여러 층으로 쌓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반도체를 만들기까지 투입되는 공정 단계 수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장비 성능뿐 아니라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와 케미컬의 품질, 공급 안정성에 대한 중요도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증권가는 이 같은 변화가 반도체 산업의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비는 한 번 도입하면 일정기간 사용되지만, 공정용 케미컬과 소재는 라인이 가동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소모성 재화다.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와 사양이 늘어나면서, AI 반도체 투자 효과가 장비를 넘어 공정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장비 설치 이후에도 생산 라인이 가동되는 동안 관련 소재 수요가 계속 발생한다는 점에서다.
엘케이켐 홈페이지 갈무리. |
17일 업계에 따르면 HBM과 첨단 D램은 과거 메모리보다 더 많은 공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회로를 미세하게 구현하고 이를 여러 층으로 쌓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반도체를 만들기까지 투입되는 공정 단계 수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장비 성능뿐 아니라 공정에 투입되는 소재와 케미컬의 품질, 공급 안정성에 대한 중요도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증권가는 이 같은 변화가 반도체 산업의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비는 한 번 도입하면 일정기간 사용되지만, 공정용 케미컬과 소재는 라인이 가동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소모성 재화다.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와 사양이 늘어나면서, AI 반도체 투자 효과가 장비를 넘어 공정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장비 설치 이후에도 생산 라인이 가동되는 동안 관련 소재 수요가 계속 발생한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퓨릿과 엘케이켐 같은 소재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퓨릿은 사용이 끝난 반도체 화학약품을 정제하는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회로를 그리는 포토 공정에서 쓰이는 신너(희석용 용액) 원료를 직접 만들어 공급하는 사업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회로를 그리는 작업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화학 소재 사용량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신희철 iM증권 연구원은 “퓨릿의 EL(Ethyl Lactate·에틸락테이트) 제품은 삼성전자 공급 비중이 확대되며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엘케이켐은 반도체 회로 위에 아주 얇은 막을 입히는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다. HBM과 첨단 D램 공정에서는 이런 박막을 더 정밀하게 쌓는 과정이 중요해지는데, 이에 따라 고난도 소재 수요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공정이 어려워질수록 이런 고급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이엔에프테크놀로지와 와이씨켐 같은 중소형 케미컬(화학) 소부장 기업들도 함께 거론된다.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반도체 회로를 만들고 다듬는 과정에서 필요한 화학약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사용하는 약품의 종류와 수준이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와이씨켐은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데 쓰이는 화학 소재를 만드는 기업으로, 미세 공정이 늘어나면서 고순도 소재를 국내에서 조달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가 이들 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개별 기업의 단기 실적보다는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에 있다. 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단순한 생산량 증가를 넘어 공정 난도를 끌어올리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존 대형 업체뿐 아니라 공정 하단을 받치는 소재와 케미컬 기업들의 역할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형 반도체 기업과 장비 업체 중심의 투자 사이클이 공정 단위로 세분화되면서, 각 단계에서 역할을 맡은 소부장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반도체와 HBM 확산이 단기 업황을 넘어, 국내 소부장 산업의 저변을 넓히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투자 확대가 단순한 생산량 증가를 넘어 공정 난도를 끌어올리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존 대형 업체뿐 아니라 공정 하단을 받치는 소재와 케미컬 기업들의 역할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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