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첼시의 영원한 캡틴' 존 테리(45)가 17년 전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 그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자신의 실축으로 우승을 놓친 뒤 극단적 선택까지 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스페인 '디아리오 아스'는 16일(한국시간) "테리의 첼시에서 가장 큰 후회. 프리미어리그의 위대한 선수는 첼시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한 가지 실수가 여전히 자신을 괴롭힌다며 한밤중에 깨곤 한다고 밝혔다"라고 보도했다.
테리에게 2007-2008시즌 UCL 결승전은 잊고 싶은 순간이다. 당시 첼시는 결승에서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만났고, 연장전이 끝나도록 1-1 균형을 깨지 못했다. 양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승자는 맨유가 됐다. 첼시는 승부차기에서 5-6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테리의 실축이 뼈아팠다. 첼시는 골키퍼 페트르 체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슈팅을 막아준 덕분에 5번 키커 테리가 득점하면 그대로 우승을 확정 짓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테리는 빗줄기 때문인지 슈팅 순간 미끄러졌고, 공은 우측 골대를 때렸다. 결국 니콜라스 아넬카의 슈팅이 에드윈 반 데 사르에게 막히며 우승 트로피는 맨유의 차지가 됐다.
어느덧 17년이 넘게 흘렀지만, 테리에겐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는 '메니 토크' 팟캐스트에 출연해 "지금도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옅어졌다. 하지만 선수로 뛸 때는 어느 정도 감정을 분리해 놓고, 잠깐 뒤로 밀어둘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은퇴했고, 매주 경기한다는 '집중할 거리'가 없다. 그 일은 여전히 나를 정말 괴롭힌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테리는 "아직도 한밤중에 갑자기 깨서 '아 맞다,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떠올리곤 한다. 아마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라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으면 좋았을 거 같다. 경기가 끝난 뒤 다 같이 호텔로 돌아갔던 게 기억난다. 난 25층쯤에 있었던 것 같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계속 '왜, 왜?'라는 생각만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무너져가던 테리를 구한 건 동료들이었다. 그는 "내가 뛰어내렸을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는 정말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가 동료들이 위로 올라와 나를 아래층으로 데려갔다. 그럴 땐 '만약에...'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정말 모르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레이 윌킨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현역 때도 첼시에서 뛰었던 그는 2008년 당시 첼시 코치로 활동 중이었다. 테리는 윌킨스에게 매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윌킨스가 경기 후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내 상태를 확인해준 사람이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누가 진짜 친구인지, 누가 정말로 나를 아끼고 챙겨주는 사람인지 금방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물론 동료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아픔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테리는 결승전이 끝나고 며칠 뒤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도 맨유 선수들을 보고 고통스러웠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결승전) 3~4일 후에 잉글랜드 대표팀에 갔는데 식탁 맞은편에 맨유 선수들이 앉아 있었다. 그 자체로 최악이었다. 그러다가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경기를 치렀는데 헤더로 골을 넣었다. '이 골 대신 그 페널티킥을 바꿀 순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밝혔다.
다행히 테리는 2012년 UCL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당시 첼시는 승부차기 끝에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유럽 정상에 올랐다. 비록 테리는 준결승 퇴장으로 결승전에 직접 출전하진 못했지만, 커리어에서 유일한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4년 전 아픔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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