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오른쪽)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6일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를 위해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한·미 외교 당국이 16일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지만,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이를 사실상 ‘보이콧’했다. 자칫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가 한 축을 이루고 통일부가 이에 맞서는 구도가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대통령실은 외교부와 통일부에 ‘자제’를 주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이날 협의의 공식 명칭을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후속 협의’라고 밝혔다. 명칭에 ‘북한’이 들어가기를 꺼리는 통일부의 입장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협의는 북한에 집중됐다. 외교부는 “팩트시트상 한반도 관련 한·미 간 제반 현안이 포괄적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 등 국제적 의무 준수 촉구” 등 팩트시트의 북한 관련 합의 사항도 다시 명시했다.
또 “한·미는 향후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긴밀한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면서다. 대북 정책 추진과 관련해 한·미가 속도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해온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의에는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통일부가 빠진 채 백용진 한반도정책국장을 비롯해 북핵·북한 문제를 다루는 외교부 당국자와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선 댄 신트론 국무부 부차관보 대행, 마리아 샌드 국무부 북한팀장과 스콧 존슨 미 전쟁부(옛 국방부) 한국 지역 책임자, 앤소니 핸더슨 주한미군 전략기획정책 담당(준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군 동향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 전반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 소속 변호사가 배석한 건 대북 제재가 법률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남중 통일부 차관(오른쪽 셋째)이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주한 대사 및 국제기구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설명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대북 정책의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빠진 채 협의가 진행되면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려는 본래 취지가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외교부와 통일부는 정부의 ‘원팀’으로서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 긴밀히 협력·협의·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와 외교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며 “접근법은 다른 게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조율해 하나의 입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통일부가 대북 정책을 미국과 직접 협의하겠다며 협의 불참을 결정하자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와 주도적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자주파’ 간 대립으로 다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단 외교부와 통일부 모두 봉합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이 국가안보실(NSC) 차원에서 두 부처 모두에 공개적 파열음이 나지 않도록 자중하라는 취지의 경고를 내렸다고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전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미국 출국길에 “NSC에서 많은 논의를 하고 조율하고 있다. 정부가 ‘원 보이스’로 대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둘러싼 부처 간 신경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통일부는 이날 주한 외교단과 국제기구 관계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대북정책 설명회를 열고, 지지를 요청했다.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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