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환 산업부 기자 |
알쏭달쏭 암호 같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유명한 전문가 리스트다. 줄기차게 집값 상승론을 주장한 이들이다. 족집게 투자자로 꼽히다 한 때 부동산 조정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하게 만든) 5적’으로 내몰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한 뒤로는? 영끌 5적 얘기가 쏙 들어갔다.
영끌 5적은 죄가 없다. 영끌 5적을 가려내기에 앞서 두 가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첫째, 전문가의 자격이다. 전문성은 기본이다. 중요한 건 전망이 틀렸을 때다. 틀렸을 때 반성하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어야 진짜 전문가다. 신영증권이 지난해 연말 펴낸 ‘2024년 나의 실수’ 보고서의 일부다.
“때로는 맞추고, 때로는 틀리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일이라면 ‘틀린 것’ 혹은 ‘틀리고 있는 것들’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 지나간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이가 전망을 잘할 수 없다.”(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영끌 5적에 당하지 않으려면 그들이 전망이 틀렸을 때 반성하는 전문가인지부터 따지자. 전망이 맞을 때까지 버티다 “내 말이 맞았다” 우기는 식이라면, 믿고 거르자.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종가가 3999.13을 기록하고 있다. [뉴스1] |
둘째, 투자자의 자격이다. 지난해 인터뷰한 미국의 투자 대가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매니지먼트 회장은 “위대한 투자자는 섣부른 예측을 피한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며 “모든 사안에서 확실치 않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게 투자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조언했다.
따져보면 영끌 5적을 띄운 건 투자자 스스로다. 경제에 좀처럼 명쾌한 해법은 없다. 그런데 투자자는 ‘그게 돈이 됩니까’ 식 질문을 던지고 ‘사이다’ 해답을 내놓는 전문가만 좇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스스로 듣고 싶은 답을 내놔야만 전문가로 추켜세운다. 그러나 쓴소리를 달게 들어야 진짜 투자자다.
올해는 부동산은 물론이고 주식·금·암호화폐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 시기였다. 투자할 때 전문가 보고서 끝자락에 붙은 주의사항(‘개별 투자는 고객의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보고서는 고객의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을 곱씹자. 책임 회피 용도라지만, 투자자 스스로 경고장 삼아야 할 문구라서다. 듣고 싶은 목소리만 좇다 보면, 새해에도 애꿎은 영끌 5적에게 분노만 쏟아내고 있을지 모른다.
김기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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