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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의 어쩌다 문화] 청사초롱 불 밝혀라

중앙일보 하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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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웨딩플래너(결혼준비 대행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따른 예비부부의 볼멘소리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관련 갑질이다. 지난달 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결혼을 기피하는 한국 젊은 층의 현실을 다루며 ‘스드메플레이션(스드메+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소개했을 정도다.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청사초롱 불 밝혀라’는 ‘조선 시대에 웨딩플래너가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행수 ‘윤덕’과 직원 ‘수두매’ 삼총사가 이끄는 혼례 업체 ‘청사초롱’과 사연이 있는 의뢰인들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 사연이란 게 가볍지 않다. 과부의 두 번째 결혼 등이다. 당시 나라에서 금지한 일이다. 하지만 윤덕은 위험을 무릅쓰고 은밀하지만 성대한 혼례를 준비한다. 그저 사랑받고 축복받고 싶은 소박한 바람을 이뤄주려 한다. 사실 윤덕의 불법 행위는 한두 번이 아니다. 역적을 아비로 둔 자녀의 혼례 등을 은밀하게 마련해주곤 했다. 결혼이 돈벌이와 엮인 오늘날 이런 웨딩플래너가 어디 있을까.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결혼이라는 제도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이 작품은 2023년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후 지난해 낭독공연을 거쳐 올해 처음 본 공연으로 관객을 찾았다. 김정민(작가)과 성찬경(작곡)의 작품이다. 이들은 공연계에서 잘 알려진 창작 콤비로 실제 부부다.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연말에 어울리는 작품이다. 20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이어지며 지역 공연도 예정돼 있다고 한다. 연말 레퍼토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하남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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