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 사건 초기 수습을 맡았던 박진경 대령에 대한 국가 유공자 지정 취소 검토를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보훈부는 지난 10월 박 대령이 1950년 받은 을지무공훈장을 근거로 박 대령 유족이 낸 유공자 등록 신청을 승인했는데 4·3 단체가 “박 대령은 양민 학살범”이라고 주장하자 대통령이 정부 결정을 뒤집었다.
박 대령은 4·3 사건 발생 다음 달 제주도에 부임해 한 달여 만에 남로당 지령을 받은 부하에게 암살 당했다. 이때는 민간인 희생이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암살범 중 한 명이 재판에서 “도민에 대한 박 대령의 무자비한 공격에 불만을 가졌다”고 했다. 반면 당시 소대장이던 채명신 전 주베트남 한국군사령관은 “박 대령은 양민을 학살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서 구출하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어느 말이 맞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남로당 암살범의 발언을 근거로 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보훈은 국가의 영속에 필수 제도다. 이렇게 쉽게 취소할 일이 아니다. 박 대령의 관여 여부가 명확히 가려진 후에 해도 결코 늦지 않다. 만약 그 당시 남로당 반란을 진압하려 나섰던 군경들이 지금 이 상황을 본다면 나라를 지키려 했겠나.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존재하겠나.
대통령의 정책 지시는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시를 내리기 전 사안을 파악하고, 여파를 고려해야 한다. 이 대통령 지시 중엔 그렇게 보기 어려운 것들이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은 16일 복지부 업무 보고에서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지시했다. 복지 장관은 “생명이 오가는 치료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보험료를 내는 국민 의견 수렴도 없이 대통령이 불쑥 지시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한 백해룡 경정을 수사팀에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도 즉흥적이고 전례 없는 일이었다. 백 경정 주장은 망상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 산재 사고가 이어지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했는데 산재 사망 사고는 지난해보다 늘었다.
이 대통령은 16일 업무 보고에서 “진짜 문제는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판단이 잘못된다. 못된 것이다”라고 했다. 공무원들에게 한 말이다. 대통령도 지시를 내리기 전에 사안을 충분히 파악하고 그 여파를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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