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변한나·챗GPT |
30대가 되며 노화를 체감하고 있다. 조금 많이 먹거나, 잘못된 걸 먹으면 바로 탈이 난다. 신작 게임을 수집할지언정 밤샘하는 일은 없다. 장갑과 목도리 방한 풀세트를 착장하지 않고선 외출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성실하게 운동하는데 근육이라는 님은 여전히 먼곳에 있다.
내 노화를 체감하면서 마음에도 변화가 왔다. 더이상 부모님의 그늘에 숨을 수 없는 독립한 성인이라는 점과 남탓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타인을 바라볼 시간에 내 안을 바라보는 것이 현명하고, 원치도 않는 조언과 충고보다 입닫고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이 더 훌륭한 선배라는 자기 실현적 검열도 하고 있다. 빼놓지 않고 귀 뒤를 닦아서 냄새를 없애고, 성실하게 독서해서 시대에 뒤처지는 어른이 되지 말자는 것이 내 마음가짐이다.
20대의 어리숙함이 가려지지 않듯, 나이듦은 숨길 수 없다. 그렇기에 영포티는 죽은 단어다. 마케팅 업계에서 구매력 높은 40대가 듣기 좋으라고 만든 단어였다. 10년 전에 죽은 단어가 다시금 화제인 이유는 철없는 어른들 때문이다. 중년으로서 사회의 중추이자 기득권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거악을 찾고 남탓만 하며 자기만 내세우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영포티가 조롱으로 부활한 데에는 세대간 불평등을 다루는 태도에 대한 분노가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부터 정년 연장까지 상위 40대와 50대의 이해관계가 크게 대변되고 의견이 다른 청년층은 극우로 격하되는 세태에 대한 울분이다. 이 맥락에서 영포티의 선배들이 있다. 바로 '개저씨', '꼰대' 등이다. 책임지지 않고 혜택만 누리려는 기성 세대에 대한 젊은층의 불만이 '영포티 사태'까지 이어진 셈이다.
대부분의 4050은 죄가 없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다니는 4050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40대는 가계부채와 자녀 교육비 그리고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작년 40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며 통계 조사 이래 처음으로 암을 제쳤다. 그렇기에 특정 성향의 4050의 목소리만 과다대표되는 현상은 옳지 않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친다.
특히 위험한 것은 이들이 가진, 특정 정당 이외 절대악이라는 그릇된 현실 인식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을 둘러싼 이중적 반응이 대표 사례다. 이런 접근법은 '토착왜구', '친일파', '기득권 세력', '검찰', '재벌'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거악을 만들어내고 갈등은 심화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편협해지기보다 깊게 포용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포티 선배들이여, 부디 영해지지 마시어라. 더이상 채현국과 김장하 같은 어른을 찾지 말고, 스스로가 어른이 되어주길 바란다. 더이상 피터팬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중추 세대라는 점을 인정하자. 사회에 불만이 많은 20대를 극우라고 호도하지 말고 환상 속의 재벌과 친일 기득권 그리고 내란 세력과 싸우는 것도 멈추자. 국민연금부터 정년연장까지 가진 건 조금 더 내려놓되, 더 멀리 갈 수 있는 관점에서 접근하자. 한때 사회를 이끌던 86세대는 죽창가를 부르다가 그 죽창의 대상이 되었다. 부디 포티 선배들은 함께 미래를 개척하는 동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구현모 뉴스레터 어거스트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