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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엑스레이] [100] 남자들아, 뻥치지 마라

조선일보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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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뻥을 친다. ‘뻥치다’는 사투리니 표준어로 바꿔야 하지 않냐고? 사투리 아니다. 전국 모든 지역이 다 쓰는 속어다. 속어니까 신문에서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뻥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속어다. 표준어로 인정된 표현이다. 신문 1면 제목으로 “전재수 뻥치다”라고 써도 문제는 없다.

남자들은 뻥을 잘 친다. 과거 뻥을 잘 친다. 군대에서 뭘 했다는 이야기는 대개 뻥이다. 학창 시절 좀 쳤다는 이야기도 거의 뻥이다. 여자랑 좀 놀았다는 이야기는 흔한 뻥이다. 정치인이나 정치 언저리 인물들이 오래전 에세이에 썼던 성(性)적 무용담도 뻥일 것이다. 욕먹어도 해명을 못 하는 이유는 뻥이라 밝히는 게 더 수치스러워서다.

조진웅이 도망쳤다. 과거 중범죄가 드러나자 은퇴해 버렸다. 많은 남자가 감싸고 나섰다. 제일 재밌는 반응은 “소년원 근처 안 가본 청춘이 어딨냐”는 시인의 항변이었다. 소년원 근처에 가봤을 리가 없다.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둥켜안고 엉엉 운다/ 아내는 속 깊은 보호자답게/ 모든 걸 안다는 듯 등 두드리며 내 울음을 다 들어준다”는 시를 쓴 사람 주먹은 여리여리했을 것이다.

한국의 가장 큰 뻥은 환단고기다. ‘12개 환국 중 하나인 수밀이가 세계 최고 문명을 이룬 수메르’라 주장하는 책이 뻥이 아닐 수는 없다. 한국은 좌도 우도 민족주의에 경도된 나라라 좌우 가리지 않고 이 뻥을 믿는다. 역사를 과포장하는 건 후진국 심성이다. 지금은 이 모양이나 과거는 대단했다는 자위다.

미국 시사 주간지가 한국을 세계 6위 강대국으로 꼽았다는 뉴스가 소셜미디어를 뒤덮었다. 아주 과학적인 조사는 아닐 것이다. 리스트에 포함된 건 의미가 있다. 지금 한국은 위서(僞書)나 읽으며 환상 속 영토 확장이나 할 만큼 후진 국가가 아니라는 증거다. 뻥으로 자존감 채우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니까 쫄지 마! 찾아보니 ‘쫄다’는 표준어가 아니다. 북한 표준어다. 통합의 마음으로 썼으니 이해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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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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