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망콴족의 부족장 '바랑'(오른쪽)과 극중 주인공 네이티리의 모습. 월트디즈니 컴퍼니 |
첫 번째 작품으로만 29억2300만달러(약 4조3300억원)를 벌어들이며 세계 최고 흥행작 기록을 갈아치웠던 '아바타' 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 '아바타: 불과 재'가 17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시대에 컴퓨터그래픽(CG)을 고집하고, 숏폼 콘텐츠 범람에도 전작과 유사하게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고수하는 거장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뚝심이 연말 극장가에 불을 지필지 주목된다. 지난 10일 진행된 시사회에서 '아바타: 불과 재'를 먼저 살펴봤다.
전작 '물의 길'에서 판도라 행성을 지구를 대체할 삶의 터전으로 삼으려는 인류의 다국적 기업집단 'RDA'와의 혈투 끝에 첫째 아들 네테이얌(제이미 플래터스)을 잃은 나비족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이 살다나) 부부의 슬픔을 조명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네이티리는 자신의 고향과 아들을 앗아간 인간에 분노한다.
증오는 설리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던 '스파이더(잭 챔피언)'로 향한다. 설리도 판도라 행성에서 호흡을 '마스크'에 의존하는 스파이더의 생존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다. 부부는 스파이더를 나비족에 호의적인 인간 마을로 보내려 한다. 딸 키리와 둘째 아들 로아크는 격렬히 반대한다. 부부는 자식들의 반대를 일단 잠재우기 위해 인간 마을까지 스파이더와 동행하기로 한다.
바람의 상인 '틸라림 부족'과 함께 길을 떠나는 가족들은 RDA의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인간을 배신하고 나비족의 일원이 된 설리를 용서할 수 없는 RDA 소속 마일스 쿼리치 대령은 복수를 다짐하고 그를 쫓는다. 설상가상으로 틸라림 부족과 설리 가족들은 '불과 재'의 부족인 망콴족의 습격을 받게 된다. 궁지에 몰린 설리 가족은 탈출에 성공하지만, RDA의 쿼리치 대령과 망콴족의 부족장 '바랑'은 동맹을 맺는다. RDA의 전쟁에 협력하는 대신 불을 뿜는 인간들의 무기를 망콴족이 제공받는 조건이다. 설리와 자신의 친아들 '스파이더'를 내놓지 않으면 멧케이나 부족을 절멸시키겠다는 쿼디치 대령의 으름장에 설리 가족은 잔혹한 현실에 직면한다. 굴복이냐 전쟁이냐.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까.
'아바타: 불과 재'는 전작들에서 비롯된 일련의 가족 서사를 매듭짓는 작품이다. 설리 가족들이 구성원을 잃은 아픔을 공동체 차원의 '연대'로 치유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다. 2009년 첫작 '아바타'는 나비족의 세계관을 판도라 행성에 구현하는 데 치중했으며, 2022년 개봉한 두 번째 작품 '물의 길'은 자원과 영토를 위해 나비족을 공격하는 RDA의 만행으로 인류가 저지른 제국주의 역사와 생태학적 테러를 환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1991년 터미네이터2 연출 이후 줄곧 'CG' 제작을 고집하는 캐머런 감독이 구현하는 매혹적인 크리처와 화려한 영상미는 여전하다. 비행생물 '이크란'을 타고 공중 협곡을 빠르게 활강하며 불화살과 폭약을 동원하는 망콴족의 전투신은 영화의 압권으로 꼽힌다.
3000여 명의 아바타 제작진은 신규 부족들의 크리처와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촬영과 제작에 4년여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영화 러닝타임은 197분에 달해 전작인 '물의 길(192분)'을 뛰어넘지만, 사실상 모든 장면에 시각특수효과(VFX)가 적용됐다. 제작비는 업계 추산으로 최소 4억달러(약 5900억원)에 달한다.
캐머런 감독은 "장면이 실사와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 배우의 연기를 기반으로 (CG)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섬세하고 디테일한 장면은 절대 생성형 AI가 대체할 수 없다. 단 1초도 생성형 AI를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말 국내 극장가는 세계 상업영화 사상 기념비적 대작 시리즈의 개봉에 모처럼 들뜬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시리즈 첫작인 아바타(1333만명 동원)와 두 번째 작품 '아바타: 물의 길(1082만명 동원)'에 이어 트리플 천만 영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아바타 시리즈의 높은 인기와 타국 대비 영화 소비 인구가 많은 한국에서 최초 개봉하는 만큼 국내 흥행 여부가 글로벌 흥행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현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