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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인 우리들[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86〉

동아일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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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언제 놀아?”

―윤가은 ‘우리들’


“안 내면 진 거 가위바위보.”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은 아이들이 피구 놀이를 하기 위해 편 가르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긴 아이가 자기편을 한 명씩 고르는데, 아무도 자기를 선택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남게 된 선(최수인 분)의 얼굴은 점점 굳어진다. 그저 아이들 놀이를 위한 편 가르기지만, 누군가가 선택될 때 누군가는 배제되는 그 상황은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우리네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외톨이 선은 전학 온 지아(설혜인 분)와 방학 내내 친하게 지내지만, 지아가 학원을 다니면서 갑자기 멀어진다. 지아는 선을 은근히 따돌리던 보라(이서연 분)와 함께 다니며 그를 피한다. 선은 지아와 다시 친하게 놀고 싶지만 자꾸 오해가 쌓이고 둘은 결국 감정이 폭발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 사이에 갈등을 만들었을까. 보라는 왜 친구를 따돌릴까. 거기에는 한창 놀 나이에 학원 다니며 경쟁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빈부의 차이나 부모의 직업 등으로 편 가르기를 한다.

지아와 싸운 선은 어린 동생 윤(강민준 분)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며 묻는다. “윤아, 너 왜 계속 연호랑 놀아? 아니 연호가 너 계속 다치게 하잖아. 맨날 상처 내고 때리고 장난도 너무 심하고.” 연호 때문에 자주 다치지만, 그래도 계속 연호랑 노는 동생을 선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동생이 바보 같아 “같이 놀면 어떡해? 다시 때렸어야지!”라고 추궁하는 선의 말에 윤이 답한다. “그럼 언제 놀아?” 의외의 말에 당황해하는 선에게 윤은 재차 묻는다. “연호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호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편 가르기가 일상화돼 배척하고 싸우는 우리들은 도대체 언제 놀 것인가. 아니 그냥 다 함께 놀면 안 되는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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